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충남 지역이 4대강 보(洑) 개방에 따른 건천화(乾川化) 현상과 물 부족으로 신음하고 있다. 금강에 설치된 3개의 보 가운데 세종보와 공주보가 전면 개방되면서 강바닥이 드러나는 건천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이 2개 보는 지난해 11월 정부의 4대강 보 전면 개방 조치에 따라 단계적으로 개방을 시작했다. 세종보에 설치된 수력발전소는 보 개방 이후 가동을 멈췄다. 백제보는 11월 개방했다가 인근 농민들이 "수위가 낮아져 지하수가 나오지 않아 농사를 못 짓는다"고 항의해 다시 닫았다. 백제보 인근 농민들은 대책 없는 보 개방으로 물 부족이 악화될까 우려하고 있다. 백제보 상류인 공주보 인근에서 예당저수지까지 도수로를 연결해 예산·당진·홍성 지역 농민들에게 용수를 공급하고 있는 처지다.

14일 세종시 세종보 주변 금강 바닥이 훤히 드러나 있다. 연일 계속되는 충남 지역 가뭄으로 금강에 설치된 세종보와 공주보가 전면 개방되자 수위가 낮아지며 강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보를 개방하기 전 강물이 가득찬 세종보의 모습. 세종보는 금강 8경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히는 곳이다.

14일 세종보와 공주보의 운영 수위는 8.46m, 4.08m를 기록했다. 개방 전 수위는 세종보 11.8m, 공주보 8.75m였다. 개방 이후 수위가 3~4m 정도 낮아진 것이다. 수위가 낮아지면서 세종보 인근에는 강물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최근 가뭄이 이어지면서 마른 강바닥이 갈라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세종보는 금강 8경 중 한 곳으로 꼽히는 곳이다. 가득 찬 금강물과 인근 한두리 대교의 야경을 보러 시민들 발길이 이어졌다. 이모(43·세종시 한솔동)씨는 "한솔동에서 금강변에 위치한 아파트는 아름다운 금강 조망으로 프리미엄이 붙는 곳이다"면서 "보 개방 이후 강바닥이 보이고 수량도 줄어 조망이 예전만 못하게 돼 집값이 떨어질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은 수위 감소에 따른 환경 악화, 경관 훼손, 지하수량 감소 등을 지적하며 세종시청에 민원을 넣었다.

세종보에 설치된 수력발전소는 가동을 멈춘 상태다. 세종보 상·하류의 수위 차가 4m 이상 나면 연간 1200만㎾ 생산이 가능한 발전소다. 하지만 보 개방으로 수위 차가 40㎝에 불과해 방치되고 있다. 시민 고모(36)씨는 "신재생에너지인 수력발전기가 쓸모없어진 모습을 보니 투입된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공주 주민들은 공주보 수위 저하로 지역 내 최대 축제인 백제문화제가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고 있다. 내달 열리는 백제문화제는 60억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축제다. 금강에는 황포돛배 375척을 띄우고 강 주변엔 조명을 설치해 야경을 선보일 예정이지만 물이 마르면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야경이 훼손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백제보 주변 농민들은 백제보를 개방할 경우 자칫 지하 수위가 낮아져 물 공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백제보 상류인 공주보 인근에 도수로를 연결, 예당저수지로 보내면서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며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지난 13일 백제보 홍보관에 농민들을 불러 도수로 사용에 따라 물 부족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설명회를 가졌다"면서 "전북권에 보내는 용수 공급량 중 1%를 줄이겠다는 방안도 설명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