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염두에 둔 무역협상을 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정부에 자동차 관세 부과를 카드로 강한 압박을 가해 일본 정부가 억지로 협상장에 끌려나온 모양새지만, 실제 FTA 협상이 체결되면 전 세계 무역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라이트하이저 USTR대표 등 미일 관료들이 회담을 하고 있다.

미·일 양국은 9일 오후(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무역대표부(USTR) 본부에서 첫 각료급 ‘자유·공정·호혜적 통상 협의’(FFR)를 열었다고 밝혔다. 미국 측 대표로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일본 측 대표로는 모테기 도시미쓰 경제재정상이 참석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 4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열리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아베 총리에 자동차 관세 부과 카드를 꺼내며 FTA 협정 체결 등 무역 적자 해소 방안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 달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입장에서 농산물 개방 등 민감한 주제까지 다루는 FTA는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모테기 경제재정상에게 “농업 개방은 절대 안 된다”는 특명까지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미국 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적극 강조하는 여론전에 전방위로 나서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미국을 찾은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이 전통 제조업 밀집지역인 ‘러스트벨트’를 직접 방문해 일본 기업 고용 창출 효과 등을 역설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일본 정부는 일본 자동차 기업들 협력 업체가 많은 러스트벨트를 공략해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수입산 차량에 대한 관세 부과도 피해보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