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언론 공격이 '가짜 뉴스(fake news)' 비난을 넘어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비주류 정치인 출신인 그가 자신에게 비우호적인 주류 언론과 확실하게 선을 긋고 언론 신뢰도에 흠집을 내 지지자들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유엔인권이사회의 전문가들은 이달 2일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이 제기한 검증 가능한 사실에 대해서도 신뢰도를 떨어뜨리려 하고 있다"며 성토했다.

566일간 트위터에 언론 언급 700건 넘어

그는 지난해 취임(1월 20일) 후 나흘 만인 1월 24일부터 트위터에 "(나의) 취임식 시청률이 폭스뉴스나 가짜 뉴스 CNN보다 몇 배 높았다. 대중은 똑똑하다!"라고 적으면서 가짜 뉴스 공격 시리즈를 시작했다. 같은 해 2월 17일에는 "가짜 뉴스(망해가는 NYT, CNN, NBC)는 내 적(敵)이 아니라, 미국 국민의 적이다. 역겹다!"라며 취임 한 달도 안 돼 언론을 '국민의 적'으로 규정했다.

그의 언론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비난은 트위터 사용에서도 확인된다. 본지가 트럼프 대통령 트윗 사이트 '트럼프 트위터 아카이브'를 분석한 결과, 작년 1월 20일 취임부터 이달 8일까지 총 566일 동안 트럼프는 총 4295건의 트윗(리트윗 포함)을 올렸고 이중 가장 많이 쓰인 주제의 말은 총 278건의 '가짜 뉴스'로 밝혀졌다.

그다음 많은 것은 자신을 옹호하는 폭스뉴스(Fox news)를 언급하며 이 방송의 프로그램 시청을 독려한 트윗(243건)이었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뉴욕타임스(NYT)는 55건, CNN은 52건, NBC는 44건, 워싱턴포스트(WP)는 28건, ABC는 25건을 각각 언급했다. 566일 동안 트위터에서 언론을 언급한 횟수만 700건이 넘어 사실상 거의 매일 언론을 공격 또는 비난했다.

러시아(Russia)라는 단어도 240건 썼다. 이는 대부분 자신에 대한 러시아 내통(內通) 의혹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다. 국정 철학인 '미국 우선주의(Make America great again)'를 언급한 것은 159건, 대선 공약인 오바마케어 폐지 관련 트윗은 73건에 그쳤다. 트윗을 국민과의 소통보다 자신에 대한 방어와 언론을 향한 공격 무기로 활용한 셈이다.

度 넘은 언론 공격…"언론은 국민의 敵"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 시각) 트위터에서 "가짜 뉴스들은 의도적으로 커다란 분열과 불신을 초래하고 있고, 전쟁마저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이 매우 위험하고 역겹다(very dangerous and sick!)"고 썼다. 그가 이날 올린 7개의 트윗 중 3개에 가짜 뉴스란 말이 들어갔다.

지난 2일 펜실베이니아주 윌크스 배리에서 열린 정치유세에선 언론인들을 향해 "끔찍하고 참혹한 사람들"이라거나 "가짜, 역겨운 가짜 뉴스"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지난달 31일에는 트위터에 "가짜 뉴스들은 미쳐가고 있다. 그들은 완전히 돌았다. 그들은 무고하고 반듯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앞으로 7년 안에 그들은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그들은 사라질 것이다"라고 했다. 자신이 재선해 앞으로 7년 더 집권할 것을 가정하고, 언론에 대한 공격을 계속해 없애버리겠다는 것이다.

11월 중간선거 최대 이슈는 '인간 트럼프'

그의 언론 공격은 11월 중간선거가 임박할수록 거세지고 있다. 올 1월부터 5월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가짜 뉴스란 말을 쓴 것은 매월 각각 7~13건에 그쳤으나 6월에 24건, 7월엔 26건으로 급증한 게 그 방증이다.

미국 온라인매체 '복스'는 이에 대해 "11월 중간선거의 최대 이슈가 경제도, 북핵도 아닌 '인간 트럼프'가 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의 올 6월 조사 결과를 보면 '찬성이든 반대이든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이번 중간선거에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유권자의 비율이 1982년 이 조사를 시작한 뒤 최고치인 60%에 달했다. 역대 평균은 50%였다.

TV 리얼리티쇼도 진행한 트럼프의 '쇼맨십'이 대중적 인기를 낳은 동시에 모든 비판과 관심이 본인에게 쏠리는 부작용도 촉발한 것이다. 공화당 선거전략가 칼 그로브는 최근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승리와 언론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더 강한 수사(修辭)를 쓰고 있다"며 "이는 소수의 지지층만 강화시킬 뿐 다수의 유권자에겐 부정적"이라고 했다.

여기에 트럼프는 언론과 지지자들을 떼놓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23일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유세에서 "당신들이 보고 있는 것과 당신들이 읽고 있는 것은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며 "우리 행정부를 믿고, 쓰레기 같은 가짜 뉴스를 믿지 말라"라고까지 했다. 이에 대해 시사주간지 '타임'은 "(트럼프의 지지자 통제가) 소설가 조지 오웰의 (감시·통제를 그린) 소설 '1984'를 보는 듯하다"고 했다.

"망해가는 NYT" "졸린 눈 토드"… 트럼프, 별명 붙여 낙인찍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에 대해 인신공격성 수식어와 별명을 반복 사용한다. '낙인찍기'를 통해 상대에게 부정적 굴레를 씌우는 '별명 정치'를 구사하는 것이다.

트위터나 정치 유세장에서 뉴욕타임스(NYT)를 언급할 때마다 '망해가는(failing)'이란 수식어를 붙이는 게 대표적이다. 최근엔 '부패한(corrupt) NYT'라고도 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회장이 인수했다며 '아마존 워싱턴포스트'라고 부른다. WP의 상업성을 부각해 신뢰도를 깎으려는 것이다. 가장 대립각을 세우는 CNN에 대한 호칭은 여럿이다. 취임 직후부터 '가짜 뉴스(fake news) CNN'이라고 불렀고 가끔은 '아주(very) 가짜 뉴스'라고 지칭한다. 지난 대선에서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옹호한다며 '클린턴 뉴스 네트워크(Clinton News Network)'라고 부르기도 했다.

반(反)트럼프 성향의 유명 기자들과 진행자들에 대해선 '졸린 눈(sleepy eye) 토드'(척 토드·NBC방송 유명 진행자), '미친 아코스타'(짐 아코스타·CNN 백악관 출입 기자), '엉성한(sloppy) 무어'(진보 성향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 같은 별칭으로 부른다. 반면 트럼프는 자신을 옹호하는 폭스뉴스에 대해선 '진짜 방송(real network)'이라며 애정을 과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