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시칠리아의 태양은 뜨겁다 못해 따가웠다. 이 섬의 한 와인업체를 방문했을 때였다. 한여름이 지난 9월 중순이었음에도 더위가 사그라지지 않았다. 뙤약볕 아래 포도밭을 돌았더니 진이 빠지고 나른했다.

우리를 안내한 알레시아가 이탈리아식 아이스크림, 젤라토(gelato)를 들고 나왔다. 바닐라, 레몬, 피스타치오 맛 아이스크림이 커다란 사발 세 개에 수북이 담겨 있었다. 젤라토 옆에는 브리오슈(brioche) 빵이 쌓인 접시가 있었다. 알레시아는 브리오슈를 칼로 반으로 가르더니 바닐라 젤라토를 듬뿍 채웠다. "시칠리아에선 여름에 점심으로 '브리오슈 콘 젤라토(brioche con gelato)'를 즐겨 먹어요."

브리오슈 콘 젤라토는 쉽게 말해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다. '이 애들 간식 같은 걸로 점심을 때우란 말인가' 실망하며 한 입 베어 물었다. 기가 막혔다. 차갑고 달콤한 젤라토와 부드럽고 포실한 브리오슈 빵의 식감이 환상적으로 어울렸다. 지치고 늘어진 몸과 마음이 산뜻하게 되살아나는 듯했다.

덥다는 말로는 부족한 무시무시한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시칠리아에서 먹었던 브리오슈 콘 젤라토가 자꾸 생각났다. 그래서 만들어보기로 했다.

브리오슈는 프랑스 전통 빵이다. 프랑스에서 식사 때 먹는 빵은 대개 밀가루, 물, 소금, 효모(이스트)로만 만들어 담백하다. 반면 브리오슈는 달걀과 버터가 잔뜩 들어가 고소하면서 약간의 단맛이 난다. 부드러우면서 결이 살아 있어서 일반 빵보다는 페이스트리에 가깝다.

①브리오슈 빵을 알맞은 크기로 자른다. ②냉장고에서 미리 꺼내둔 아이스크림을 듬뿍 바른다. ③아이스크림에 브리오슈를 덮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다.

프랑스 왕 루이 16세의 아내인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혁명 직전 굶주림으로 성난 백성에게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게 하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마리 앙투아네트가 한 말은 정확하게는 "빵이 없으면 브리오슈를 먹게 하라(Qu'ils mangent de la brioche)"였다. 그만큼 브리오슈는 과거 귀족이나 부자나 먹을 수 있는 값비싼 고급 빵이었다.

만드는 법이야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간단하다. 하지만 브리오슈 구하기가 의외로 어려웠다.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에는 빵 종류가 그토록 다양하면서도 브리오슈는 없었다. 곤트란쉐리에, 에릭케제르 등 프랑스 정통을 표방하는 빵집에서 그나마 조금씩 팔고 있었다.

물론 브리오슈가 없으면 다른 빵으로 대체해도 큰 문제 없다. 일반 식빵에 아이스크림을 발라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어도 맛이 썩 괜찮다. 우리나라 식빵은 버터, 우유, 크림이 꽤 들어가기 때문에 담백하다 못해 무덤덤한 유럽 식빵보다 아이스크림과 훨씬 어울린다. 브리오슈가 가까운 빵집에 없다면 '우유 식빵' '생크림 식빵' '페이스트리 식빵' '리치 식빵'을 써도 된다. 브리오슈만큼 아이스크림과의 궁합이 좋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아이스크림은 바닐라, 초콜릿 등 어떤 맛이건 상관없다. 냉장고에서 바로 꺼낸 아이스크림은 너무 딱딱하다. 먹기 조금 전 미리 꺼내놓아 살짝 녹도록 둬야 잘 발라진다. 우유나 크림이 들어가지 않은 레몬·딸기 등 과일 소르베(셔벗)는 더 산뜻하지만 고소한 맛은 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