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외화를 벌기 위해 예멘의 이슬람 시아파 반군 ‘후티’에도 무기 밀매를 시도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9일 보도했다. ‘외화벌이 효자’ 노릇을 한 석탄 수출이 유엔 제재로 전면 금지되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엄격해지는 가운데도, 북한이 중동·아프리카에서 무기 밀매를 시도하며 대북 제재 망을 피해갔을 가능성이 드러난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북한이 시리아 무기 밀매업자 후세인 알리 등 브로커를 통해 무기와 군사 장비를 예멘 후티 반군과 리비아, 수단 등과 밀매하려고 시도해왔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이날 아직 공개되지 않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중간보고서’를 입수해 이런 내용을 밝혔다. 이달 3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에 제출된 중간보고서는 추가 조사를 거쳐 9월 초에 발표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5월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중간보고서에는 “후티 반군 측이 북한에서 무기 판매를 담당하는 정부 관계자와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의 자회사에 보낸 초청장을 통해 확인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2016년 7월 13일에 보낸 이 초청장에는 후티 반군 측이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 북한 관계자를 초대해 “기술 이전과 공동의 이익에 관해 협의하고 싶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초청장에 나타난 ‘협의’ 내용은 칼라시니코프 소총과 기관총, 휴대식 로켓, 군용차량, 방공 시스템 등 여러 군사물품의 공급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 패널은 후티 간부와 후세인 알리에게 이를 묻는 서한을 보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올 2월 유엔 안보리 산하 예멘제재위원회는 후티 반군이 북한 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단거리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늘렸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예멘은 2015년부터 압드라모 만수르 하디 대통령과 후티 반군 간 내전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 패널은 이번 중간보고서에서 북한과 1960년대부터 혈맹(血盟) 관계를 맺고 있는 시리아도 주시했다. 북한 군사 전문가 3명이 평양에 있는 시리아 대사관에서 발급받은 3개월 비자로 지난해 5월 시리아를 방문해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 군 관계자를 만났다는 정보가 있다는 것이다. 시리아 중개인이 북한의 대리인 역할까지 하면서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에 재래식 무기를 밀매하려고 했다는 정보도 중간보고서에 담겼다.

아사히신문은 “북한과 시리아는 군사 협력이 금지된 국가지만 대북 제재를 피해 계속 이어져 왔다”고 전했다.

2018년 2월 25일 시리아 반군 점령 지역 동(東)구타에서 유독가스를 마신 어린이가 치료를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8년 2월 27일(현지 시각) 북한이 시리아에 공급한 화학무기 부품이 50t에 달한다고 유엔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올 2월 북한이 시리아에 화학무기 등 군사 물품을 팔아 외화벌이를 했던 일이 유엔 대북제재위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북한은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이듬해인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시리아에 화학무기 제조에 필요한 타일, 밸브, 온도계 등을 수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