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신주쿠구(區)에 있는 방문 진료 전문 의원 '신주쿠히로 클리닉' 의료진이 지난달 31일 아침 일찍 왕진 차량에 올랐다. 10분 만에 환자 집에 들어서자 아내와 딸이 의사를 반겼다. 85세 남성 환자는 중증 만성기관지염으로 숨쉬기가 곤란한 상태다. 그가 누워 있는 안방에는 산소를 공급하는 기계와 산소통이 놓였고, 각종 약물과 소독 처치 기구들도 있다. 안방이 마치 작은 병실 같은 것이다. 환자는 산소를 공급하는 콧줄을 끼고 침대에 누워서만 지낸다.

방문 의사가 청진기로 호흡 상태를 점검하고, 산소 포화도를 측정했다. 진찰을 끝낸 의사는 "상태가 좀 나빠진 것 같으니 처방약을 바꾸겠다. 일주일 후에 다시 오겠다"고 했다. 즉석에서 인쇄된 새 처방전이 아내 손에 쥐여졌다. 환자 딸은 "아버지가 30여 년째 살던 이 집에서 임종하기를 원해 병원에 가지 않고 방문 진료 받으며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철원

초고령사회 일본은 2000년대 초반부터 한 해 사망자 수가 100만명(2017년 134만명)이 넘어가면서 병원에서 죽음을 맞는 고령자가 급증했다. 2005년에는 병원 사망이 전체의 82.4%까지 치솟았다. 열 명 중 여덟 명이 낯선 병실에서 삶을 마감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0년엔 요양병원 근무 의사가 병원 사망에 대한 비참함과 허망함을 폭로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자기가 살던 곳에서 의료적 처치는 최소화하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자는 '평온사(平穩死)'가 사회적 관심을 끈 것이다. 당시 설문 조사에서 환자의 60%가 집에서 죽기 원한다고 답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자택 임종을 원하는 환자들에게 방문 진료 재택의료를 권장하고 의료보험에서 비용을 적극 지원했다. 현재 한 달에 두세 번 방문 진료와 24시간 응급 왕진으로 임종기 환자를 관리하는 의원이나 의사에게 월 90만~100만원 진료비가 지급된다. 환자 부담은 이 중 10%다. 환자가 큰 고통 없이 자택서 생을 마감하면, 100만원의 인센티브도 의사에게 지급된다. 일본 정부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임종기 환자가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받는 비용(한 달 500만~600만원)보다 의료비가 덜 들고, 환자 인권 차원에서 자기가 살던 집에서 세상을 떠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요양원이나 노인집단거주 시설에서도 임종 관리를 받을 수 있다.

신주쿠히로 클리닉의 방문 진료 환자는 900여 명. 이 중 3분의 1 정도가 임종기 관리 환자다. 이들이 결국 병원에 입원하는 흔한 이유는 통증이다. 하나부사 히로(英裕雄) 원장은 "방문 의사는 모르핀 사용에 대한 교육을 받고 경험을 쌓아 모르핀 사용에 주저함이 없다"며 "통증이 심한 환자는 병원에 데려가 피부 밑에 모르핀 패치를 심어 임종기 환자가 통증 때문에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는 적다"고 말했다. 방문 진료 의사는 매달 환자가 속한 의료보험조합이나 정부에 환자 상태에 대한 결과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환자 3500명을 방문 진료하는 도쿄 신바시의 유쇼카이 의료재단의 경우 지난해 사망한 환자(829명) 가운데 353명(43%)이 자택에서 임종을 맞았다. 일본 전체(13%)보다 세 배 이상 높다. 요양원·노인홈 등의 환자까지 포함하면 자기가 살던 곳에서 임종한 비율이 60%에 이른다(일본 전체 22.2%). 일본은 병원 사망이 2005년(82.4%) 이후 계속 줄면서 2016년에는 76.2%로 내려왔다. 도쿄대 의과대학원 재택의료과 야마나카 다카하시 교수는 "재택의료가 병원 사망은 줄이고, 평온사를 늘리는 데도 기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