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이나 공공장소에서 가전제품을 충전하는 '메뚜기 충전족'이 늘고 있다. 집에서 에어컨 사용이 늘자 비싼 누진 요금을 낼까 봐 이곳저곳을 다니며 '공짜 전기'를 찾는 사람들이다.

인천의 한 대형 음식점에서 일하는 오모(34)씨 부부는 매일 전기 자전거로 왕복 20km를 출퇴근한다. 오씨 부부의 가방에는 길이 20㎝, 무게 1㎏인 전기 자전거 충전기가 들어 있다. 일하는 동안 식당 콘센트에 연결해 자전거를 충전한다.

오씨는 "방학이라 집에 있는 여섯 살 아들 때문에 온종일 에어컨을 틀고 있다"며 "전기 자전거를 충전하다 자칫 전기 사용량이 요금 누진 구간에 들어갈 수 있어 집에서는 전기 사용량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고 했다.

서울 강남의 한 IT 회사에서 일하는 장모(30)씨는 최근 책상 위에 있던 4구(口) 멀티탭을 8구짜리로 바꿨다. 회사 출근하면 가방에서 개인 노트북, 태블릿PC, 휴대전화 보조 배터리 2개, 전기면도기를 꺼내 충전한다. 주변으로부터 "전자제품 전시장이냐"는 핀잔도 들었다. 장씨는 "다른 팀 동료는 매일 전동 킥보드를 타고 와서 복도에 세워놓고 충전을 하는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고 했다. 커피 전문점에도 멀티탭을 들고 오는 손님도 적지 않다.

24시간 운영되는 무인(無人) 판매 시설에도 메뚜기 충전족이 몰린다. 지난 6일 지하철 1호선 병점역 부근 '24시간 인형 뽑기 방'에서는 고객을 기다리는 대리기사들이 빈 콘센트에서 킥보드와 휴대전화를 충전하고 있었다. 한 캠핑 사이트에는 주말에 회사로 캠핑카를 가져가 회사 전기로 에어컨도 켜고 TV를 봤다는 글도 올라왔다. 한국은 공공장소 전기 사용에 관대한 편이다. 일본에서는 회사나 공공장소에 공짜로 충전하는 사람들을 '덴키 도로보(電氣泥棒·전기 도둑)'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