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쾌감을 주는 한국형 블록버스터." 개봉 5일 만에 관객 600만명을 돌파한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감독 김용화)에 대해 영화평론가 강유정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는 지난 5일 현재 관객 수 619만명을 넘기면서 역대 최단 기간 600만명 기록을 경신했다. 한국 영화 역대 최고 흥행작인 '명량'(1762만명)이 개봉 6일 만에 575만7639명을 동원했던 속도를 넘어섰다. 지난 4일 하루 146만6416명을 불러 모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하루 최다 관객 기록도 깼다. 이런 속도라면 천만 관객은 물론, 더 많은 기록도 쉽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영화계는 '신과 함께―인과 연'의 흥행 비결을 두고 "쉬운 이야기의 승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따라갈 수 있는 쉽고 간결한 이야기, 인과응보와 효(孝), 용서와 사랑처럼 한국인이면 누구나 공감할 보편타당한 주제가 정서적 쾌감을 이끌어내면서 가족 관객을 견인했다는 것이다.

◇쉬운 영화, 가족 관객을 모으다

주부 권혜선(41)씨는 지난 주말에만 '신과 함께―인과 연'을 두 번 봤다. 한번은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 5학년 아들과, 또 한 번은 고등학교 동창들끼리 봤다. 권씨는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볼만한 영화가 그리 많지 않은데 '신과 함께'가 여러모로 안전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과도한 욕설이나 지나친 노출·폭력 장면이 거의 없는 데다 가족 간의 사랑과 미안함을 그리는 영화 내용이 누가 봐도 부담이 없다는 것. 영화시장분석가 김형호씨도 "보편타당한 이야기에 가족 관객이 몰렸다"고 했다. "전편 '신과 함께―죄와 벌'이 엄마 생각하면서 우는 영화였다면 속편은 아빠 생각하면서 찡해지는 영화"라고 그는 설명했다. 강유정씨는 "요즘 관객들이 어렵고 무거운 영화를 기피하고 있음을 '신과 함께'가 반증한다"고 했다. "날도 무더운데 극장에서 굳이 무겁고 답답한 이야기를 찾고 싶지 않은 심리가 작용한 듯하다. 사회적 메시지가 강하거나 정치·역사적 배경 설명이 많은 영화는 당분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뻔한 듯 뻔하지 않은 듯

선명한 이야기를 첨단 기술로 풀어냈다는 점도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이 영화 제작자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는 "예상을 벗어나진 않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 했다"면서 "보편타당한 이야기에 시각특수효과(VFX)를 더한 것이 주효했다고 본다"고 했다. 지옥 세계를 게임 속 화면처럼 역동적으로 표현하거나 호랑이·늑대가 공격해 오는 장면을 100% 컴퓨터 그래픽으로 실감 나게 구현한 것이 대표적이다.

아이맥스·4DX 버전까지 제작해 관객층을 넓힌 것도 적중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지난 5일 동안 이 영화를 가장 많이 예매한 관객은 30~40대(63%)였다. 10대 어린이·청소년과 60~70대 장년층 관객 표를 보통 30~40대가 대신 예매해준다는 점을 감안하면 온 가족이 고르게 봤다는 얘기가 된다.

강력한 무더위도 빠른 흥행을 도왔다. 시간대별 관객 추이를 살펴보면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관객 분포가 치우침 없이 고른 편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사람들이 시원한 영화관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