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가 점점 더 미로(迷路)로 빠져들고 있다. 현재 중3 학생들이 치르게 될 2022학년도 입시안 조사를 맡은 공론화위원회는 어제 네 개 입시안(案) 중 시민 지지를 많이 받은 두 개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 범위 내라면서 최종 결정을 국가교육회의에 넘겼다. 시민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안은 '수능전형 45% 이상 확대'(1안)와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2안)였다. 서로 유사점이 전혀 없는 양 극단의 입시안이다. 1안이 되면 수능이 중요해지고, 2안이 되면 학교 내신이 중요해진다.

공론화위원회로부터 결과를 받아든 국가교육회의는 내주 최종안을 확정해 교육부로 보낸다고 한다. 애초 교육부→국가교육회의→공론화위원회로 하청(下請)·재하청(再下請) 됐던 입시안 결정이 이번엔 공론화위원회→국가교육회의로 유턴한 것이다. 국가교육회의가 1·2안 중 하나로 정할지, 아니면 제3의 안을 만들지 알 수 없다. 국가교육회의도 결론을 못 내면 결정권은 교육부로 돌아간다. 서로 쩔쩔매며 '폭탄 돌리기'를 하는데 이것을 정부라고 할 수 없다.

애초 교육부가 책임지고 할 일이었다. 작년 여름 교육부는 입시안을 새로 만들겠다고 하더니 준비 부족을 들어 1년 연기했다. 교육부는 그 후 이런저런 위원회를 만들어 책임을 떠넘겨왔다. 지난 4월부터 활동한 공론화위원회 경우 여론 지지가 많은 쪽으로 입시 방식을 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입시는 복잡한 제도다. 최대 3000여 개나 나올 수 있는 입시안은 고교 교사들조차 헷갈린다. 공론화에 참여한 시민들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왔다"는 말들을 했다. 그러다 보니 정시모집은 확대하자면서 수능은 절대평가로 바꾸자는 모순된 대답이 시민 의견으로 나오기도 했다. 교육에 대한 생각이 다 다른데 여론에서 입시안이 하나로 모일 리 없었다. 인기 투표로 입시를 결정하겠다는 발상부터 정부로서의 책임 망각을 떠나 순진하고 무지했다.

어제 김영란 공론화위원장은 "어느 한쪽으로 밀어붙이듯 딱 (결론이) 나올 수 없었던 상황인 걸 (시민들이) 정확하게 보여주셨다는 점에서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시민들 의견이 아주 다양하다는 걸 확인한 데 의미가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 교육 제도에 대해 학부모들 불만이 많고 견해가 제각각이라는 걸 여태 몰랐다니 그 자체가 놀랄 일이다.

모두가 만족할 입시안은 없다. 국가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비전을 세우고 그에 따른 정책 결정을 내린 후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다. 그 일을 하라고 국민이 권력을 주고 세금을 낸다. 교육부는 그걸 회피하고 각종 위원회들과 폭탄 돌리기를 하면서 1년여의 시간을 낭비했다. 이 때문에 현재 중3 학생들은 3년 뒤 자신들이 치를 입시가 어떤 것인지 모르고 있고 고3·고2·고1·중3 입시가 모두 제각각인 희한한 상황이 됐다. 아무 되는 일 없이 학생과 학부모만 골탕 먹게 된다. 교육부장관은 교육을 맡을 능력도 책임감도 전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래도 같은 편이라고 자리를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