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비판했던 중국의 한 퇴직교수가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 도중 중국 공안 당국에 연행돼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사 등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쑨원광(孫文廣) 전 산둥대 교수는 지난 1일 VOA와 인터뷰 도중 공안에 연행돼 소식이 끊겼다. 쑨 교수는 지난달 말 시 주석의 일대일로 정책을 비판하는 공개 서신을 발표해 세간의 이목을 끌어왔던 터라, 중화권 매체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쑨 교수가 미국의 소리와 인터뷰 당시 쓰인 화면

당시 쑨 교수는 이 공개서한에서 시 주석을 향해 “중국은 여전히 많은 빈곤층이 학교에 못 가고 노후를 보살피기 어려우며 병으로 고통받는다. 1인당 GDP도 세계 79위에 불과하다. 이번 중동·아프리카 순방에서 독재자들을 지원하느라 돈을 펑펑 쓰지 마라”고 주장했다.

VOA는 저녁 인터뷰 프로그램에서 그의 의견을 직접 들어보려 인터뷰를 요청했고, 쑨 교수는 정부 검열 정책에도 불구하고 VOA 인터뷰에 응해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통화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쑨 교수가 “중국이 아프리카에 돈을 뿌리는 것은 국가나 사회에 좋은 점이 없다”고 말한 순간, 공안들이 들이닥쳤다.

당시 쑨 교수는 “공안이 왔다, 공안이 왔다. 4명, 5명, 6명”이라고 외쳤다. 그는 그러면서 공안들에 “내가 틀린 말을 했느냐. 대다수 중국 백성은 아직 매우 가난하다. 아프리카에서 돈을 낭비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공안들에게 “지금 무엇을 하는 것인가. 지금 우리 집에 들어온 것은 범죄다”라고 항의했다. 그러나 공안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집에서 끌어내려고 했고, 쑨 교수는 전화 연결이 끊기기 직전 “나는 내 의견을 펼칠 수 있다. 이것은 나의 언론 자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이후 쑨 교수는 전화, 위챗, 이메일 등 모든 연락 수단에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VOA는 쑨 전 교수가 연락이 끊긴 후 중국 외교부와 산둥대 공안처, 지난(濟南) 현지의 파출소 등에 문의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쑨 전 교수는 1934년생 산둥 룽청(榮成) 출신으로 문화대혁명 당시 투옥된 경험이 있고 1982년이후 산둥대 교수로 재직하다 1994년 퇴임했다. 그는 퇴임후 주로 중국의 인권과 외교정책과 관련해 글을 썼고 2008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 등 303명이 발표한 중국의 인권선언문격인 ‘08헌장’에 서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