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나무로 꾸며진 산책로, 최신 기구와 개인 코치가 있는 피트니스 센터, 수영장, 병원, 세탁소, 출퇴근 셔틀버스….

구글, 페이스북, 엔비디아 같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의 거대 테크(기술) 기업들은 우수 인재 영입을 위해 높은 연봉과 함께 다양한 복지 혜택을 경쟁적으로 도입해 왔다. 특히 세계 각국의 수십 가지 메뉴를 공짜로 제공하는 구내식당은 실리콘밸리 기업 복지의 백미(白眉)로 꼽힌다. 기업들은 공짜 식사로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동시에 직원들이 회사에 계속 머무르게 하면서 업무 효율을 높이는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샌프란시스코의 신생 기업이나 기존 기업이 새로 짓는 건물에서는 이런 공짜 식사가 사라질 전망이다. 샌프란시스코시 자문위원회가 최근 기업들의 구내식당 신설을 금지하는 조례를 발의했기 때문이다. 조례가 통과되면 현재 샌프란시스코에서 무료 구내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51개 기업 이외에는 직원들에게 공짜 식사를 제공할 수 없다.

뉴욕타임스는 31일(현지 시각) "이번 조례는 (공짜 식사 제공이라는) 첨단 테크 기업들의 가장 굳건한 전통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보도했다. 샌프란시스코시 자문위원회가 조례를 발의한 것은 테크 기업들이 시에서 각종 혜택을 받으면서도 지역사회에 거의 기여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샌프란시스코시는 2011년 시청 근처의 낙후 지역인 미드마켓 일대 활성화를 위해 이곳에 입주하는 기업들에 세금 감면을 비롯한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이후 트위터, 우버 등 여러 테크 기업이 미드마켓으로 본사를 옮겼고 이들을 겨냥한 식당과 카페도 급격히 늘어났다. 하지만 수천명의 테크 기업 직원들이 대부분 공짜 구내식당을 이용하자 식당과 카페는 파리만 날리다 폐업하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식당이라도 공짜와는 경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조례를 발의한 시 자문위원 애런 페스킨은 "우리는 테크 기업들이 지역 사회를 부흥시키기를 바라며 엄청난 혜택을 줬다"면서 "하지만 기업들은 모든 것을 그들의 테크 궁전 안에서만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막대한 돈을 버는 테크 기업들이 이웃과 철저히 단절된 혼자만의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직원 복지를 포기하면서 주변 상권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테크 기업도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만 3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용 클라우드 업체 세일즈포스는 아예 구내식당을 운영하지 않고 있고, 결제시스템 업체 스퀘어는 매주 금요일 구내식당을 닫고 외부 식당 이용을 장려하고 있다.

공짜 점심 제공을 금지한 것은 샌프란시스코뿐만이 아니다. 구글 본사가 있는 실리콘밸리의 마운틴뷰도 올가을 완공되는 페이스북의 신사옥에 구내식당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일간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테크 기업 직원들이 나가서 돈을 주고 점심을 사 먹으면서, 지역사회에 기여하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