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근 법무 법인 율촌 조세 자문

정부가 지난 7월 18일 외국인 투자 기업 법인세를 최고 7년까지 감면해주는 제도를 폐지했다. 이 조치는 작년 12월 유럽연합(EU)이 우리나라를 조세 분야 비협조 지역으로 지정한 것이 발단이 됐다. 우리 정부는 EU에 지정 철회를 요구하면서 대신 내·외국인을 차별하는 조세 지원 제도를 없애기로 약속했다. 외부 요인에 따른 제도 개편이지만 과세 형평성을 확보했다는 면에서 정부 조치는 바람직해 보인다.

정부도 과거부터 이런 정책 변화를 예고해 왔다. 기획재정부 중장기 조세 정책 방향에는 '외국인 투자 조세 감면 제도를 해외 사례, 내·외국인 간 과세 형평성 등을 고려해 정비한다'는 표현이 있다. 외국인 투자에만 혜택을 주는 국가는 우리나라 외에는 거의 없는 데다 이 조치의 투자 증대 효과도 미미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국 기업이 우리나라에 투자했다는 이유로 세금을 깎아주면 이들과 경쟁하는 국내 기업에 불리한 결과가 된다.

우리는 왜 이런 제도를 유지해 왔을까? 자원이 부족하고 내수 시장이 좁은 우리나라는 수출에 의존했으며 상당 기간 만성적 외화 부족에 시달렸다. 달러 한 푼이 아쉬우니 외국인 투자를 우대할 수밖에 없었다. 달러 부족으로 국가 부도 문턱까지 갔던 1997년 IMF 외환 위기가 터지자 외국인 조세 감면 제도는 더 늘었다.

우리나라 외환 보유액은 이제 4000억달러(약 450조원)가 넘는다. 그래도 안심할 수는 없다. 2년 전 중국이 증시를 부양하려고 환율을 유지하려 했다가 헤지펀드들의 무차별 공격에 보유 외화 수천억 달러를 날린 적이 있다. 보호무역주의의 팽배로 수출 감소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안정적·장기적 외국인 투자 확보는 여전히 중요하다.

따라서 정부의 이번 외국인 세금 혜택 폐지가 '외국인 홀대'로 오해받지 않으려면 선제적으로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정책의 투명성과 일관성을 중시한다. 조세정책도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

국제 조세 분쟁 해결을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다수 회원국이 도입한 '과세 당국 간 중재 제도'를 우리도 도입해 분쟁 발생 시 투명한 해결 절차를 완비하고, 현재 국세청 훈령으로 운용하는 '세법 해석 사전 답변 제도'를 법에 담아 사전에 외국인 투자자의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노력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