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2분기(4~6월)에 4.1% 성장(연간 기준)하면서 4년 만에 최고 실적을 달성한 원동력은 기업 활력 제고에 초점을 맞춘 '정부 정책'이다. 감세(減稅)와 재정지출 확대 같은 기업 친화적이고 성장을 중시한 정책이 결국 소비를 늘리고 투자에 불을 붙인 촉매제가 된 것이다. 일각에선 미국 경제가 경기 부양 조치로 너무 과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견인(牽引)한 4%대 성장

미국 경제의 호(好)성적은 수출과 내수라는 양대 경제축이 고루 성장해 가능했다. 미국의 2분기 소비지출은 4.0% 증가해 1분기(0.5%)보다 개선 속도가 월등히 빨라졌다. 소비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12월 의회에서 통과시킨 10년간 1조5000억달러(약 1620조원) 규모의 감세안이었다. 감세안으로 세금 부담이 확실히 줄어들자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자동차나 세탁기처럼 살림살이가 확실히 나아져야 사들이는 내구(耐久)재 구입을 늘렸다. 2분기 소비 증가는 성장률을 1.27%포인트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감세를 해도 기업들이 투자를 꺼린다는 좌파 경제학자들의 주장과 달리 미국 기업들은 법인세율 부담이 35%에서 21%로 낮아지자 투자 확대로 화답했다. 미국 기업들의 투자는 2분기 7.3% 늘었다. 1분기 투자 증가율(11.5%)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세금 인하는 기업 활기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가 늘어나고 기업들 투자가 이어지면서, 기업 창고에 쌓인 재고 물품은 280억달러(약 30조원)어치가 줄어들었다. 기업이 생산을 더 늘릴 여지가 그만큼 늘어난 셈이다. 올해 투자가 1%대 늘어나고, 제조업 재고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까지 치솟은 우리나라와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프라(사회기반시설) 투자로 이 같은 내수 열기를 이어갈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인 1조달러(약 1080조원) 인프라(사회기반시설) 투자에 따라 미국 정부의 지출도 2분기 2.1% 늘었다.

노동시장은 사실상 완전 고용 상태다. 기업이 직원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다. 실업률은 지난 5월 3.8%로 1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6월에는 4.0%로 살짝 높아졌다. 미국 경제는 최근 1년 새 매달 20만개에 가까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수출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정작 2분기 미국 수출은 9.3% 늘었다. '수입 대국'으로 불리는 미국이 수출로 성장률을 1%포인트 끌어올리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뒀다. 중국의 관세 보복이 이뤄지기 전에 미국 수출업자들이 대두(大豆)를 비롯한 제품 선적을 서두른 결과 단기적으로 수출이 급증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협정을 하나하나 새로 맺을 때마다 (수출 등 무역) 수치가 더 좋아질 것"이라며 무역 전쟁의 이유가 수출입 실적 개선에 있음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부설 연구소장은 "트럼프식 경제정책이 반시장적이라는 비판도 많지만 미국에 불리한 무역 제도를 재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이고, 내부적으로는 성장 친화적인 정책에 집중해 경제 흐름을 바꿨다는 점에서 그렇지 못한 우리나라와 미국은 180도 다르다"고 했다.

◇미국만 독주, 세계 경제엔 독이 될 수도

4%에 달하는 미국의 높은 성장세에 대해,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경기가 과열된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세금 감면과 높은 정부의 지출이 (성장률을) 부풀리게 만들었다"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미국 성장률이 3분기 이후엔 같은 수치를 다시 내놓기 어렵다고 29일 보도했다.

독주하고 있는 미국 경제가 급등락하면,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한 세계 경제에는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의 2분기 GDP 성장률은 작년 동기 대비 6.7%로, 이전 3분기 연속 유지됐던 6.8%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유럽연합(EU)과 일본도 아직 경기 회복 국면이라 보기 어렵다. 지난 27일 발표된 프랑스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2%에 불과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올해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1%로 0.3%포인트 낮췄다.

아르헨티나는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았고, 터키와 파키스탄이 통화가치 급락, 외환 보유액 급감, 경상수지 적자 확대 등 전형적인 개발도상국 위기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미국의 성장률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이 몰리고 이에 따라 다른 국가들이 자본 유출에 따른 충격을 받을 위험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