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호 태풍 '종다리'가 한반도 쪽으로 접근하면서 30일과 31일 서울을 비롯한 서쪽 지역에 낮 기온이 37도 이상까지 치솟는 등 폭염 현상이 강화할 것이라고 기상청이 29일 예보했다. 더위의 양상도 높은 습도에 의한 '찜통더위'에서 30~31일엔 건조한 동풍에 의한 '뙤약볕 더위'가 예상된다. 태풍이 몰고 온 동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며 빚어내는 '푄 현상' 때문이다. 30일 예상 최고기온은 서울·대전 37도, 광주·춘천 35도 등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종다리는 30일 오전 3시 일본 가고시마 북쪽 약 250㎞ 부근 해상을 거쳐 같은 날 오전 9시쯤 제주 서귀포 동쪽 약 230㎞ 해상까지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태풍이 가까이 오면서 30일과 31일 일부 지역에 비가 예보됐다. 예상 강수량은 강원 영동, 제주도에 31일까지 20~60㎜, 경상남도와 전남에 30일까지 5~40㎜다.

물놀이장으로 변신한 조계사 - 어른들은 더위에 지쳐 늘어지는데, 물 만난 아이들은 펄쩍펄쩍 뛰었다. 2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여름불교학교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간이 수영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날 서울 낮 최고기온은 36.4도였다.

태풍이 몰고 온 시원한 비와 동풍의 영향으로 동해안 지방은 더위가 한풀 꺾였다. 지난 28일 오후 6시를 기해 경상북도와 강원도 지역의 폭염주의보가 해제된 데 이어, 29일 강릉의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기록하는 등 이 지역 낮 기온이 30도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주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기온이 40도 이상을 기록했던 대구 등 영남지방의 기온도 한풀 꺾여 30일 대구·부산은 32도, 울산 30도 등으로 예보됐다.

반면 태백산맥 서편 내륙 지방엔 푄 현상으로 폭염이 강화할 전망이다. 푄 현상이란 산맥을 오르며 팽창됐던 공기가 다시 산맥을 내려오며 압축돼 고온 건조한 바람이 부는 현상이다. 여기에다 대륙고기압이 더 강해지면서 "이번 주 서울의 낮 기온이 37도 이상 치솟는 등 폭염의 고비가 또 올 것"이라고 기상청은 밝혔다. 특히 "31일과 8월 1일에는 서쪽 지역에서 올해 최고기온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올여름 폭염 피크(peak)가 이번 주 초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휴가 절정… 어제 50만명이 해운대로 - 2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이날 50만명이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았다. 이 외에도 광안리, 송정 등 부산 해수욕장 7곳을 찾은 피서객은 이날 하루 총 214만3000명으로 올해 최대 인파를 기록했다.

반면, 기록적인 올여름 폭염이 지난주를 고비로 피크를 지났다는 분석도 있다. 8월 상순까지 평년(1981~2010년까지 30년 평균) 기온을 웃도는 더위는 계속되겠지만, 올여름 가장 더운 시기는 이미 지났다는 것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29일 "지난주 서울 낮 기온이 38도로 치솟고 강릉에선 '초(超)열대야'(하루 중 최저기온이 30도를 웃도는 현상)가 나타난 데 이어 경상도 지방에서 발생한 40도를 넘는 폭염이 올여름 더위의 절정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주 초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기온이 다시 올라가겠지만 지난주 수준의 더위는 올여름 나타나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반 센터장은 올여름 더위가 1907년 시작된 국내 111년 기상 기록 가운데 가장 더웠던 1994년만큼은 아니지만 폭염·열대야 현상이 심했던 2016년 여름에 버금가는 더위가 예상되고, 일부 지역에선 초열대야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보〈본지 7월 17일자 A1면〉한 인물이다.

한편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7월 28일까지 519개 응급의료기관에서 보고된 온열 질환자는 2042명(사망 27명)으로 작년 여름(5월 29일~9월 8일) 전체 기간 집계된 1574명보다 약 500명 더 많았다. 온열 질환자가 많았던 2016년 여름엔 2125명 중 17명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