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월드컵 축구 경기를 보는 순간 사람들은 하나가 된다. 우리 대표팀 선수들이 골문을 향해 슛을 날릴 때 함께 긴장하고, 심판이 우리 팀에 불리한 판정을 내린 것처럼 보일 땐 다 같이 분노한다. 지난 월드컵대회 한국의 마지막 경기는 잊을 수 없다. 독일을 상대로 2대0 승리를 거둔 순간 온 나라에서 동시에 함성이 터져나왔다.

이탈리아 출신의 신경과학자 마르코 야코보니는 그의 책 '미러링 피플: 세상 모든 관계를 지배하는 뇌의 비밀'(갤리온)에서 우리가 이렇게 다른 이들과 하나가 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이유가 우리 뇌 안의 거울 신경세포(거울 뉴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손흥민 선수가 역습 기회를 잡아 상대 골대로 뛰어갈 때도, 조현우 선수가 공을 향해 온몸을 날리는 그 순간에도, 우리 모두의 뇌 안에서는 거울 뉴런들이 그 움직임을 모사하며 반응하고 있다는 것. 몸 한가운데 민감한 부위에 공을 맞고 쓰러진 이용 선수를 보며 대한민국 거의 모든 남성들이 함께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던 이유도 거울 뉴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모든 이의 아픔에 똑같이 공감하지 못할까? 태클당해 넘어진 대한민국 선수와 일본 선수의 모습을 볼 때 우리의 뇌는 분명히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인다. 책의 마지막에서 야코보니는 서로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뇌를 연구하며 우리는 우리가 지지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정치인에 대해서는 거울 뉴런 시스템을 더 많이 활성화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오히려 거울 뉴런 활성화를 막는다고 언급한다. 뇌 안의 거울 뉴런도 내 편과 네 편을 구분한다는 얘기다.

내 편과 네 편의 구분점은 어디일까. 야코보니도 딱히 답을 내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현실 속에서 알고 있다, 이는 결코 쉽지 않은 질문이란 걸. 월드컵이 끝나고 조현우 선수는 대구FC 소속으로, 이용 선수는 전북FC 소속으로 돌아갔다. 우리 뇌 안에서의 구분점은 더 복잡해진다. 제주도에 도착한 예멘 난민이 누군가에게는 몰아내야 할 혐오의 대상이며, 누군가에게는 도와야 할 불쌍한 이웃이다. 공감하고, 공감하지 않고의 구분점을 찾는 것은 뇌 안의 거울 뉴런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 기억해야 할지도 모른다. 오늘 하나로 느껴졌던 팀이 내일은 나뉠 수도 있고, 나 자신도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는 갑자기 도움이 필요한 이방인이 될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