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아프리카 기니에서는 사람들이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중국인이 죽었기 때문이다’는 말을 유행어처럼 쓴다고 한다. 기니의 트위터 사용자 사이에서도 ‘#중국인이 죽었다(#LeChinoisEstMort)’는 문장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유행어의 발단은 한 한국인 사업가가 추진한 태양광 사업이 중단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대체 기니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기니의 주요 도시 중 하나인 코나키의 시가지.

27일 기니 현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발단은 한국의 중소기업 H사가 추진한 태양광 발전소 사업이 중단되면서부터다. 2015년 6월 H사는 기니 정부의 의뢰를 받아 기니 주요 도시 중 하나인 칸칸(Kankan) 등 주요 지역에서 5~12메가와트(㎿)급 오프그리드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H사는 발전소 완공 후 투자금을 회수하면 이를 정부에 되돌려줄 계획이었다. 전력 공급이 턱없이 부족했던 터라 현지 주민들은 태양광 발전소가 완공되기를 학수고대했다.

그런데 그해 H사의 A모 대표가 돌연 심장마비로 사망하면서, 태양광 사업은 표류했다. 태양광 사업에 필요한 운영 자금을 마련할 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발전소 완공만을 기다리던 주민들의 불만이 커졌다. 그런데 이브라히마 카소리 포파나 기니 총리가 최근 주민들과 연 간담회에서 한 말이 불만을 폭발시켰다. 그는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이 잘 계획됐었다. 그런데 중국인이 죽었다. 그래서 태양광 사업도 중단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기니의 이브라히마 카소리 포파나 총리.

총리의 이런 대답에 주민들은 얼이 빠졌다고 한다. H사의 사망한 대표가 중국인이 아닌 한국인이었던 데다, 대표가 사망한 이후 3년 가까이 사업이 표류 중이었음에도 정부가 아무런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자백한 꼴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가 발전소 건립 계획을 전적으로 외부에만 의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점도 주민들의 분노를 키웠다. 그러던 와중에 총리의 발언을 비꼬며 ‘중국인이 죽었다’는 유행어가 생겨난 것이다.

“중국인이 죽으면 기니인은 운다!” “요즘 기름 값이 오른 게 중국인이 죽었기 때문이구나” “중국인의 죽음이 어둠을 남겨주고 갔다” 등 트위터에는 ‘중국인이 죽었다’는 해시태그를 달고 다양한 풍자글과 그림이 쏟아지고 있다. 전력 대책 수립에 실패한 정부 실책을 ‘중국인의 죽음’ 때문으로 돌린 총리의 발언을 비꼬는 것이다.

기니 정부가 이 지역에 태양광 등 발전소 사업을 재추진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기니는 칸칸뿐 아니라 코루사(Kouroussa), 케루안(Kerouane), 만디아나(Mandiana) 등에도 설치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태양광 사업 관계자는 “사실 태양광 사업이 차라리 무산된 게 다행일 정도로 프로젝트가 엉망인 상태였다”며 “전력 공급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안일해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