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백신 파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 정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검열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선 ‘백신’이란 단어를 포함한 게시글들이 삭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당국의 웨이보 검열을 감시하는 웨이보 스코프(Weibo Scope)는 지난 22일에만 백신 파동과 관련한 게시글 63개가 삭제됐다고 밝혔다.

삭제된 게시글 중에는 “의약품과 백신 관리 당국 관계자들은 즉각 사임해야 한다. 부끄러운 일이다”, “게시글들이 빠르게 삭제되고 있다”, “당국 관리자도 자기 자녀에게 (불량)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을 것” 등 당국에 비판적인 글들이 많았다.

지난 20일 중국 지린성 식약품 감독관리국은 DPT(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백신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25만2600여개가 유통됐다고 발표했다.

웨이보스코프 책임자인 푸킹와 홍콩대 교수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팔로워가 많은 네티즌의 게시글은 중국 당국에 의해 빈번하게 감시당한다”며 “당국의 이번 웨이보 검열은 네 명이 사망했던 지난 2016년 불량 백신 파동때보다 더 강화된 것 같다”고 밝혔다.

푸 교수는 이번 불량 백신 사태가 중국 국민에게 과거 당국의 미흡한 대처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SNS를 검열하는 이유도 당국에 대한 불신을 축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푸 교수의 설명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중국 당국의 검열을 피해 주중 미국 대사관의 SNS 계정에 줄줄이 글을 올렸다. 주중 미국 대사관의 웨이보 계정의 최신 게시글에는 최근 3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댓글 중에는 게시글 내용과 상관없는 불량 백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섞여 있었다. 한 네티즌은 댓글에 “여기선 아무도 게시글을 지울 수 없다고 들었다. 앞으로 여기로 올 것”이라고 썼다.

중국 당국은 2008년 멜라민 분유 파동 당시에도 SNS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게시글을 삭제한 적이 있다. 당시 수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일부 네티즌들은 수일 동안 접속이 차단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