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 충격을 상쇄하기 위한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보복관세 타깃으로 삼은 농민을 돕기 위해 120억달러(약 13조 6200억원)에 달하는 단기원조 계획을 내놓았고, 중국은 중단기 유동성 공급을 늘리는 동시에 연구개발비 공제율 75% 수혜 대상을 모든 기업으로 확대하고, 인프라 투자를 다시 확대하는 식으로 재정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펴기로 했다.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미국 농무부는 24일(현지 시각) 미국의 관세부과 조치에 대한 불법적인 보복으로 농민들이 입는 피해를 보전해주기 위해 1회성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며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소니 퍼듀 농무부 장관은 “이번 대책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에 장기적으로 무역협상을 할 시간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6일부터 340억달러(약 38조 5900억원)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25% 추가관세를 부과한데 이어 160억달러(약 18조 1600억원) 규모 중국산에도 관세부과를 위한 공청회를 24,25일 열고,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까지 고율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중국은 이에 대응 6일부터 미국산 대두와 돼지고기 해산물에서부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 등 34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제품에 25% 관세를 물리고 있다. 중국이 미국 농산물과 자동차를 표적으로 삼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몰려있는 지역 경제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농민을 위한 구제조치를 발표한 이날 트위터에 “관세는 가장 위대하다. 미국을 불공정하게 대했던 국가는 공정한 거래를 협상하거나 관세를 부과받게된다”고 썼다. “기억하라, 우리는 강탈당했던 ‘돼지저금통’이다.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다.”고도 했다.

또 이어진 트윗에서 “우리를 수년간 무역에서 불공정하게 대했던 나라들이 모두 협상을 위해 워싱턴에 온다. 오래전에 일어났어야했지만 속담처럼 안하는 것보다는 늦은 게 낫다.”고 강조했다. 25일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워싱턴에서 가질 정상 회담을 염두해둔 발언으로 보인다.

유럽 캐나다 등의 철강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 추가관세를 부과한데 이어 수입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방침으로 무역갈등을 겪고 있는 유럽에 대해서도 강한 입장을 견지하겠다는 신호를 내보낸 것이다.

중국 동북 지역 최대 항구인 다롄항에 수출입 화물을 가득 담은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중국은 앞서 23일 중기 유동성지원창구(MLF)를 통해 1년짜리 유동성 5020억위안(약 82조 8300억원)을 공급했다. 2014년 도입된 MLF를 통한 단일 공급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이어 같은 날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주재로 국무원 상무회의를 주재하고 외부환경의 불확실성에 잘 대응하기 위해 재정과 금융정책의 역할이 더 잘 발휘되도록 조치해 △내수 확대 △구조조정 △실물경제 발전 촉진을 지지하기로 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이를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펴기로 했다며 올해 확정한 1조 1000억위안(약 181조 5000억원)의 세금 부담 감면에 더해 기업의 연구개발비 공제율 75% 적용대상을 과학기술 분야 중소기업에서 모든 기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세부담 감면 효과는 650억위안(약 10조 7250억원)으로 추정됐다.

또 올해 예정된 1조 3500억위안(약 222조 7500억원)의 지방정부 특별채권의 발행도 서두르기로 했다. 이미 3000억위안(약 49조 5000억원)이 발행된 상태로 1조위안(약 165조원)어치의 지방정부 특별채권 발행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이다. 특별채권은 도로 등 인프라 건설에 주로 투입되는 재원으로 중국 투자 증가세 둔화의 주요인인 인프라 투자를 다시 확대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필요한 사업이 진행중에 자금이 끊기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도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정책 탓에 중도에 중단되는 인프라 사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또 매년 15만개 중소기업에 1400억위안(약 23조 1000억원)을 대출해주기 위해 국가융자담보기금을 서둘러 조성하기로 하는 등 유동성의 합리적인 충족이 유지도록 하기로 했다. 중국은 올들어 은행 지준율을 3차례 내리고, 6월 이후 2개월간 MLF를 통한 순유동성 공급을 9055억위안(약 149조 4075억원) 늘렸다. 이에 따라 MLF잔액은 4조 9200억위안(약 811조 8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수준에 달했다. 6월초에는 MLF 담보 범위에 신용등급 AA급 이상 회사채와 3농(농업 농촌 농민) 금융채를 추가하기도 했다.

중국 상무부도 앞서 지난 9일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 세수를 피해 기업과 근로자들을 위해 쓰고 △각 기업이 받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기업들로 하여금 다른 나라와 지역으로부터 대두 등 농산품과 수산물, 자동차 수입을 늘리도록 독려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