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4일 폭염에 따른 전력 공급 대책을 주문하면서 "원전 가동 사항에 대해 터무니없이 왜곡하는 주장도 있다"고 대응을 지시했다.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원전 가동을 늘렸다는 언론 보도 등을 겨냥한 것이다. 멀쩡한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면서 '경제성이 없다'는 황당한 주장을 했는데 곧 그 이상 가는 왜곡 보도자료가 나올 모양이다.

문 대통령은 산업부가 "원전 가동을 늘린 것은 폭염 때문이 아니라 원래 계획에 잡혀 있던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근거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마련한 예방정비계획에 이미 원전 추가 가동 플랜이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지난 22일 여름철 전력 수요 피크에 대비해 '원전 2기의 재가동 일정을 앞당기고 1기는 이미 재가동을 시작했으며, 8월 중 점검하려던 2기의 정비 착수 시점을 뒤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원전 정비를 전력 수요 피크 기간 이후로 '조정'한다는 것이 '폭염으로 원전 가동을 늘렸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설사 원전 재가동이 폭염 이전에 계획됐던 것이라고 해도 원전 없이 여름철 전력 수요에 대비할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지금 한국에 가장 싸고, 가장 믿을 수 있고, 급할 때 가장 쉽고 빠르게 쓸 수 있는 에너지는 원전 외에 없다는 것이 본질이다. 폭염이 오자 정부의 전력 수요 예측이 턱없이 빗나간 것 또한 사실이다. 이 본질을 보지 않고 '왜곡'이라고 하는 것은 '탈원전' 오기일 뿐이다.

원전 24기 중 가동 중인 원전은 지난 16일 16기에서 현재 17기로 늘어났다. 정지됐던 한울 4호기가 지난 주말부터 재가동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점검 중인 한빛 3호, 한울 2호기를 앞당겨 재가동하면 곧 19기로 늘어난다. 54%까지 떨어졌던 원전 가동률이 탈원전 이전인 80% 수준까지 올라가는 것이다. 폭염 때문에 전력 수요가 연일 정부 예상치를 웃돌고 있지만 석탄과 LNG발전소는 추가로 돌릴 곳이 없을 만큼 풀가동 중이다. 신재생에너지는 발전 비중이 7%에 불과하다. 급하게 전력 공급을 늘리려면 탈원전 이후 가동률을 낮춘 원전을 추가 가동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이 당연한 상황을 정부는 탈원전과 관련이 없다고 한다.

24일에도 전력 수요량이 여름철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예비 공급 전력은 정부가 제시한 마지노선을 크게 밑돌고 있다. 작년 말 정부가 세운 15년짜리 '8차 전력수급계획'이 7개월도 못 가 빗나갔다. 폭염은 올해로 그친다는 보장이 없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 산업용 전력 수요는 급증한다. 그래도 이 정권과 죄 없는 원전과의 이상한 전쟁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