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관계자는 24일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이 올해 말까지 100만%로 치솟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급격히 증가하는 예산 적자를 메우기 위해 계속해서 화폐를 발행함에 따라 나타난 결과다.

베네수엘라 경제는 2014년 유가 폭락으로 보조금과 물가 통제만으로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할 수 없게 된 이후 계속 악화일로를 걸었다. 경제 악화 와중에 베네수엘라는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 위기를 겪고 있다.

IMF 서반구 국장인 알레한드로 베르너는 “베네수엘라의 현 상황은 1923년 독일이나 2000년대 후반의 짐바브웨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원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는 석유 생산량이 크게 줄어듦에 따라 2018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8%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3년 연속 두 자릿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석유 수출국기구(OPEC)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량은 하루 150만 배럴에 그쳐 30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베네수엘라의 야당 운영 의회가 발표한 2017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만6305%다. 이 수치는 당국의 정책에 따라 중앙은행이 작년부터 베네수엘라의 경제 정보 공개를 중단한 이후 정부 탄압을 받고 있는 야당이 발표하고 있다. 물가가 지속해 치솟자 베네수엘라 내 많은 상점은 자국 화폐인 볼리바르 지폐를 거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암시장에서 팔리는 미국 화폐 1달러의 가격은 350만 볼리바르에 달한다.

볼리바르 화폐를 세고 있는 근로자의 모습.

100만%라는 인플레이션율은 이웃 국가인 칠레, 페루와도 큰 차이를 보이는 수치다. 베네수엘라를 제외한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의 올해 소비는 2.3% 증가했고 2019년에는 2.9% 성장이 예측된다. 베네수엘라 내 야당을 비롯한 정부 비판론자들은 이같은 결과는 정부 실패라고 입을 모은다. 원자재와 기계 부품 수입을 어렵게 하는 통화 정책과 무분별한 자금 공급 확대로 인해 자국 내 기업이 해외로 떠나게 만드는 오프쇼어링을 촉진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경제 파탄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재집권에 성공한 ‘차베스의 아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를 미국과 결탁한 국내 반정부 세력이 벌이는 ‘경제 전쟁’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IMF를 개발도상국보다 강대국과 자본가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워싱턴의 전당'이라고 일축하며 관련 논평을 내지 않고 있다.

베르너 국장은 “베네수엘라 경제의 붕괴와 초인플레이션 현상은 베네수엘라인들이 인근 국가로 떠나는 현상을 촉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웃 국가인 콜롬비아 정부 추산에 따르면 지난주에만 87만 명의 베네수엘라인이 자국을 떠나 콜롬비아에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