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3일 올 초 발표 직후부터 계속 논란이 돼온 초·중등 역사교과서 교육과정 최종 개정안을 공개했다.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 '북한 도발' '북한 인권'이라는 세 가지 문구를 삭제한 게 핵심이다. 각계의 비판 중 최종안에 반영된 유일한 수정 사항은 교육과정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명시한 것뿐이다. 교육부는 오는 27일 교육과정 개정 고시(告示)를 통해 이를 확정한다. 국정인 초등 사회과 교과서는 2019년 3월부터, 검정인 중·고교 새 역사교과서는 2020년 3월부터 학교 현장에서 쓰이게 된다.

이날 교육부는 지난 12일까지 행정예고를 통해 의견 수렴을 한 뒤 개정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행정예고 기간 동안 시민 의견 608건이 들어왔는데, 네 건에 세 건(454건·74.6%)이 "그냥 '민주적 기본질서'라고만 하지 말고, 반드시 '자유민주적'이라고 해야 한다"는 용어 수정 요구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인민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까지 포괄하는 것이냐는 지적이 있어,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헌법 정신을 교육과정 중 '성취기준 해설'에서 명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이번 교육부 결정이 본질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헌법학자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우리는 '인민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자유민주주의'라는 확실한 표현으로 차이를 드러내야 한다"며 "교육부는 자유민주주의와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비슷한 개념이라고 본 것 같은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은 학문적으로 자유민주주의만큼 분명하게 '자유'의 가치를 보여주지 못한다"고 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교과서 교육과정의 '성취기준' '학습요소'가 아니라 '성취기준 해설'에 서술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박인현 대구교대 교수는 "성취기준에서 분명 '민주주의'로 돼 있는데 해설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고 쓰는 것은 꼼수에 불과하다"며 "집필진이 '성취기준에 민주주의라고 기술돼 이를 성실하게 따랐다'고 하면 되는 상황이라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은 안 써도 무방하다"고 했다. 결국 '자유민주주의'를 삭제하려던 원안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초·중·고 학생들은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 '북한 도발' '북한 인권' 등은 집필기준을 삭제하고, '자유민주주의'도 빠질 가능성이 높은 교과서로 공부하게 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최종안에서도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라는 표현을 뺐다. 교육부는 지난달 행정예고 당시 "국가기록원 자료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유엔 선거 감시가 가능한 지역에서 수립된 유일한 합법 정부"라고 했다. 한국은 '38선 이남에서 수립된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고(故) 리영희 교수 주장을 따르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학계는 "리영희 교수 주장은 유엔 총회 결의 앞·뒷부분을 연결하면서 빚어진 오역(誤譯)이며, 대한민국이 1948년 유엔이 인정한 유일 합법 정부가 맞는다"고 지적해왔다. 유엔 총회 결의 제195호 2항은 "그리고 이것은 한반도에서 유일한 그런(합법) 정부임을 선언한다(and that this is the only such Government in Korea)"고 돼 있다.

정경희 영산대 교수는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라는 중요한 내용이 끝내 빠진 것은 북한 눈치 보기로밖에 볼 수 없다"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도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쓰고 싶은 교육부가 형식적으로 제스처만 취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