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상납받고 과거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66)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총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앞서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4년을 선고받았다. 형량을 모두 합치면 1심에서 총 징역 32년을 선고받은 것이다.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상납받고 과거 새누리당의 선거 공천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가 20일 오후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형사대법정 417호에서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성창호)는 20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상납받고 국고를 손실한 혐의와 과거 새누리당 국회의원 공천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각각 징역 6년에 추징금 33억원,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특활비 상납과 관련해 뇌물죄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국고손실 혐의와 관련해서는 2016년 9월 전달된 2억원을 제외한 33억원에 대해서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총괄하는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으로서 법과 절차에 따라 국정을 수행하고 예산을 엄정하게 집행하고 감독해야 할 지위에 있었다”며 “청와대 비서관으로부터 국정원 자금 지원받을 수 있다는 보고를 받은 뒤 적법한지 확인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국고 지원을 받았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재판부는 “국가 기밀에 대한 보안 업무 등에 사용돼야 해 구체적 증빙이 필요 없다고하더라도 국가 기관의 예산은 법률에 정해진 엄격한 절차에 따라서만 사용돼야한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은 국정원장으로부터 받은 자금 일부를 사저 관리비와 본인 의상을 위한 의상실 유지 비용 등 사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국고손실 범행으로 인해 무엇보다 엄중해야 할 국가 예산 집행 기준이 흔들렸을 뿐만 아니라 국가 안전보장에 사용되지 못하도록 해서 국가와 국민안전에도 위험이 초래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새누리당 공천 개입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거는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절차이기에 공정성이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내에서 자신과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특정한 세력을 배척하고, 자신을 지지하는 인물을 국회의원으로 당선시키고자 계획적으로 여론조사 실시하고 선거 전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일련의 선거법 위반 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박 전 대통령은 범행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거나 단순히 선거 판세를 분석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새누리당 내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인물들을 국회의원으로 당선시키고자 대통령 지위를 이용했다”며 “대통령이 가진 헌법적 책무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책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문고리 3인방'인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과 공모해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 총 35억원의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혐의로 올해 1월 추가 기소됐다. 이병호 전 원장에게 요구해 2016년 6월부터 8월까지 매달 5000만원씩 총 1억5000만원을 이원종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지원하도록 한 혐의도 받는다.

박 전 대통령은 또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공천에 불법 개입한 혐의도 받는다. 친박계 인사들을 당선 가능성이 높은 대구와 서울 강남권에 공천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불법 여론조사를 한 혐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