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국가가 시민사회와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연방제에 가까운 분권화를 이야기하는 이 정부에서도 국가주의적 방향이 곳곳에 들어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재정 확대 정책 등을 강행하고 있는 것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 정부는 국가주의, 노무현 같았으면 거부권"

김 위원장은 이날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를 제대로 계승하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계승자가 맞느냐'는 질문에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 개정안을 예로 들면서 "참여정부 같았으면, 제가 정책실장으로 있었으면 누가 발의했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을 문제"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하셨을 것"이라고 했다. 해당 법안은 초·중·고교에서 커피 등 고(高)카페인 음료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의원 13명이 발의해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지난 3월 공포됐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을‘국가주의’로 규정하고“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면 거부권을 행사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학교 사정에 맞게 하는 게 맞는데 그런 것까지 국가가 들어갈 이유가 없다. 우리 사회를 보면 국가주의적 경향이 곳곳에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사인해 법이 공포됐다"고 했다. 법안 하나를 예로 들었지만 문재인 정부의 경제·노동·사회 정책 전반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 위원장은 "국가가 주도해서 이끄는 게 아니라 여러 주체가 자율적으로 국가를 만들어가고 혁신해가는 질서를 꿈꾸고 있다"며 "시대정신과 역사가 자율 사회를 향해 흐르고 스스로 자유와 책임의 논리를 갖고 공동체를 이해하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과거지향적 인적 청산은 반대"

김 위원장은 한국당 내 인적 청산에 관해선 "과거 지향적 측면의 인적 청산은 반대한다"고 했다. "(당장은) 한국당이 추구해야 할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데 열중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과 진보 진영은 인권, 상생, 평화, 통일 등의 가치를 점유하고 있는 반면, 보수·중도 정치권은 가치 점유에서 부실했다"고도 했다. 그는 "가치와 이념 체계를 바로 세우는 일에 얼마나 동참하고 새 정책을 같이할 수 있는 분인지 여부가 당내 시스템으로 가려질 것"이라며 "탈락자가 없으면 좋겠지만 도저히 공유하지 못하겠다는 분이 있으면 길을 달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게 당협위원장 교체 권한이 있다"고 했다.

친박계 등에서 요구해 왔던 '비대위 기간 최소화'에 대해 김 위원장은 "새 가치 정립에는 시간이 걸린다. 비대위 기간이 올해를 넘길 것"이라고 일축했다. 당 전국위가 만장일치로 자신을 선출한 만큼,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차기 당권을 노렸던 당내 세력들이 자신을 쉽게 흔들진 못할 것이란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홍준표 전 대표가 임명했던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 교체 방침도 밝혔다.

한국당 내에서는 향후 '김병준 비대위 체제'가 '새로운 보수 가치'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계파 갈등이 재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가치 정립이 먼저'라고 했지만 수순이 바뀌었을 뿐 '인적 청산'은 필연적으로 수반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이후 본인 거취에 대해 "총선 출마는 안 하고 싶고, 비대위가 끝나면 정치는 안 한다"고 말했다. 수감 중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선 "우리 역사의 아픔이지만 그분들의 잘못으로만 봐선 안 된다"고 했다. 보수 통합에 관해선 "한국당이 얼마나 제대로 서느냐에 따라 통합이든 연대든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김 위원장을 강도 높게 공격했다. 박영선 의원은 "김 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의 눈과 귀를 혼란케 했던 몇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친노·친문 의원들 사이에선 "원래부터 이쪽에 붙었다가 저쪽에 붙었다 했던 사람" "박근혜 정부에서 총리 한 번 해보려더니 드디어 한국당으로 간 것"과 같은 독설(毒舌)도 나왔다.

한국당은 비대위 구성이 완료된 뒤 전직 대통령 묘를 참배하며 봉하마을을 찾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