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5일(현지 시각) '트위터 막말'로 또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17일간 동굴에 고립됐던 태국 소년들을 구조한 잠수부를 '소아성애자'라고 지칭한 것이 화근이 됐다.

앞서 머스크는 태국 유소년 축구팀 ‘무 빠(야생 멧돼지)’가 갇혀 있던 치앙라이주 탐루앙 동굴에 직접 들러 특수 제작한 구조용 소형 잠수함을 전달했다. 그러나 태국 당국은 실용성을 이유로 이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영국 출신 잠수부 베른 언스워스는 지난 13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머스크)는 그의 잠수함을 아픈 곳에나 집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롱했다. 이는 ‘엉덩이에나 쑤셔넣으라’는 영미권 표현을 빗댄 것으로, ‘엿 먹으라’는 뜻으로 의역이 가능하다.

언스워스는 이어 “그 잠수함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그(머스크)는 동굴 통로가 어떤지 전혀 알지 못했다”며 “홍보용 스턴트에 불과했다”고 비난했다. ‘머스크가 동굴 안에 들어간 적이 있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지적에는 “그는 매우 빨리 동굴을 떠나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그랬어야 마땅했다”고 했다. 머스크의 방문이 도움이 되기는 커녕 걸리적거렸다는 뉘앙스다.

영국인 잠수부 베른 언스워스가 2018년 7월 13일 CNN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언스워스는 동굴에 고립됐던 태국 유소년 축구팀 구조 작전을 도운 인물이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언스워스를 향한 폭언을 쏟아냈다. 머스크는 이날 총 세 번의 트윗을 날렸으며, 논란이 불거진 직후 이들을 모두 삭제했다.

머스크는 이날 새벽 3시쯤 “우리가 그 동굴에 갔을 때 태국에 산다던 이 영국인을 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훌륭한 태국 네이비실과 군인들 뿐이었다”며 “태국 네이비실은 우리가 떠나기를 원하기는 커녕 우리를 동굴 안까지 에스코트해줬다”고 반박했다.

머스크는 이어 “실제로 수위는 매우 낮았고 물은 흐르는 대신 멈춰있었다. 5번 동굴까지는 장비 없이도 헤엄쳐 들어갈 정도였다. 소년들도 그렇게 들어간 것”이라며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마지막 구조 영상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또 “배수용 펌프와 전력 팀의 공이 컸다. 그들이야말로 알려지지 않은 영웅들”이라며 잠수부들의 노력을 깎아내리는 듯한 언급도 서슴치 않았다.

가장 문제가 된 건 그의 세 번째 트윗이었다. 머스크는 “됐다. 영상을 보여줄 필요 없다. 우리가 그 소형 잠수함이 문제 없이 5번 동굴까지 들어가는 영상을 만들 것”이라며 “미안하지만 소아성애자 양반, 이건 당신의 자업자득이다”라고 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가 머스크의 ‘소아성애자’ 발언을 지적하자 그는 “그게 사실이라는 데에 서명한 달러 한장을 걸겠다”고 답글을 달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18년 7월 15일 태국 소년들을 구조한 영국인 잠수부를 ‘소아성애자’라고 불러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은 일파만파 커지기 시작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소아성애라는 엄청난 혐의를 아무런 증거도 없이 제시하는 것 위험하다”며 머스크가 자칫 명예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을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머스크의 트위터 계정은 총 2200만명의 팔로워를 두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소아성애에 대한 머스크의 주장을 입증할 만한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2명의 소년들이 태국 동굴에서 구조된지 5일이 지났다”며 “일론 머스크가 스스로 만든 트위터 미로에 갇힌 것 역시 5일째”라고 비꼬았다.

머스크와 테슬라 측은 아직까지 어떠한 해명도 내놓고 있지 않다. 언스워스 측도 묵묵부답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태국 당국에 전달한 구조용 소형 잠수함.

머스크가 트위터를 통해 물의를 일으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구조 현장을 지휘한 나롱싹 오솟따나꼰 전 치앙라이주 주지사가 10일 “그의 장비는 기술적으로 앞서 있지만, 이번 구조 작전을 위해 동굴 안으로 가지고 들어갈 수 없었다”고 밝혔을 때도 머스크는 “그(오솟따나꼰 전 지사)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다”라며 반박 글을 올린 바 있다.

머스크가 자초한 파문으로 테슬라의 기업 가치가 단 하루 만에 28억달러가량 증발한 적도 있다. 머스크는 지난 5월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테슬라의 미래 가치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 이들의 질문을 무시하거나 공격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튿날 테슬라 주식이 전장보다 5.5% 급락한 뒤에야 그는 “어리석었다”며 사과했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머스크의 돌출 발언이 잇따르면서 주주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테슬라의 서열 4위 주주 제임스 앤더슨은 가디언에 “내일(16일) 내가 느낀 바를 회사에 전달하려고 한다”며 “무엇을 말할지는 추측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앤더슨은 앞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언론과 비평가들을 향한 머스크의 공격적인 접근 방식에 대해 “회사는 평화와 실행의 기간이 필요하다”며 “핵심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