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폭염, 밤에는 열대야로 푹푹 찌는 무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휴일인 15일 강원도 삼척의 낮 기온이 섭씨 37.6도, 대구 달성군과 경남 창녕군은 37.3도까지 치솟은 것을 비롯해 포항(37.1도), 광주(36.1도), 대전(34.4도), 서울(33.2도)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33도를 웃돌았다. 16일에도 대구의 낮 기온이 37도까지 오르고 대전과 광주는 35도, 서울 33도, 부산 32도로 예상된다. 이는 평년(1981~2010년까지 30년 평균)에 비해 4~7도 높은 수준이다.

기상청은 이에 따라 지난 12일 부산·대구·광주 등 남부 내륙 지방을 중심으로 발효한 폭염경보(낮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인 날이 2일 이상 지속될 때 발효되는 특보)를 15일 충북·강원·경기 등 전국 대부분 지역으로 확대했다.

태양 피해 그늘로 - 15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을 찾은 시민들이 그늘에 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은 33.2도까지 올랐다. 기상청 중기예보에 따르면, 적어도 오는 23일까지는 전국적으로 폭염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 여름철(6~8월)의 낮 최고기온 평균은 '8월 상순-8월 중순-7월 하순-8월 하순-7월 중순' 순으로 높다. 장마가 끝난 뒤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찾아오는 패턴이다. 평년의 경우 남부지방은 7월 23~24일, 중부지방은 7월 24~25일쯤 장마가 끝나 이후 8월 상순부터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됐다.

그런데 올해는 7월 중순의 낮 기온이 평년 8월 상순 기온만큼 오르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장마가 일찍 끝나면서 폭염도 일찍 나타난 것이다. 지난달 26일 시작된 올여름 장마(중부지방 기준)는 지난 11일 내린 장맛비를 끝으로, 평년 장마 기간(32일)의 절반밖에 안 되는 16일 만에 종료됐다. 엿새 만에 끝난 1973년 여름 이후 45년 만에 가장 짧은 장마다.

현재 장마전선은 북한 지방으로 올라간 상태다. 우리나라 여름 날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올해 유달리 강하게 발달하면서 일찌감치 장마전선을 북쪽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올여름 더위는 이제 시작" "기상적인 큰 변수가 없는 한 8월 상순까지 계속 폭염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현재 우리나라에 위치한 북태평양 고기압은 상층부까지 단단하게 형성된 상태"라며 "이 때문에 구름도 잘 발달하지 않아 일사량이 더욱 많아지고, 대기(大氣)도 더 뜨거워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여름 더위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반 센터장은 "올해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10년 주기로 강하게 발달하는 해"라며 "이번 달 한반도를 둘러싼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점도 북태평양 고기압 발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달 22일 기준 우리나라 주변의 해수면 온도는 영상 20도로 평년보다 1도가량 높은 상태다.

여기에다 티베트 지역의 더운 공기도 올여름 일찍 찾아온 무더위의 한 원인으로 분석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 6월 중순 이후 한반도 북서쪽에 위치한 티베트 지역의 기온이 평년보다 빠르게 상승했다"면서 "달궈진 기온이 티베트 고원 상공에 큰 고기압을 만들어냈고, 이 고기압이 뜨거운 공기를 한반도 북쪽으로 밀어내면서 북쪽 상공에서 우리나라 쪽으로 내려오는 찬 공기를 막아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기상청은 "태풍이 발생해 북태평양 고기압을 이동시키는 등 변수가 발생하지 않으면 더위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