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나비

때로 버려지는 아픔이여 때로 노래하는 즐거움이여 때로 오오 하는 것들이여 아아 우우 하는 것들이여 한 세계를 짊어진 여린 것들의 기쁨이여 그 기쁨의 몸이 경계를 허물며 너울거릴 때 때로 버려지는 아픔과 때로 노래하는 즐거움의 환호 그 환호의 여림 때로 아아 오오 우우 그런 비명들이 짊어진 세계여 때로 아련함이여 노곤한 몸이 짊어지고 가는 마음

―허수경(1964~ )

정원에 꽃들이 피니 나비들이 옵니다. 교훈적인 한마디! 나비를 부르려면 꽃을 심어야 한다는 것. 나비를 봅니다. 나비를 물끄러미 봅니다. 나비를 물끄러미 볼 만한 사람은 성찰하는 사람이거나 아픈 사람이거나 ‘버려진’ ‘노곤한 몸’을 가진 사람일 겁니다. 나비는 분명 꽃에 앉아 노래하지만 소리는 없습니다. 날개가 노래이고 날개로 비명을, 때로 환호를 지르지요. 꽃 위에 앉아 조용조용 움직이는 두 날개가 ‘아아’, ‘오오’, ‘우우’, 이런 소리를 닮았음을 이 시에서 만납니다. 우리가 내뱉는 두 마디의 절제된 감탄이나 탄식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저 나비’로 형상화해야만 하겠군요. 여리디여린 나비에게서 버려진 영혼을 봅니다. ‘노래하는 환호’도 봅니다. 알 수 없는 어둠의 경계를 벗고 나온 존재, 보이는 모든 경계를 벗어날 수 있는 존재이기에 ‘아련함이여’라고 적습니다. 아프다는 먼 시인의 소문이 가짜이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