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미·북 정상회담 후속 협상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회담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양측의 기싸움이 팽팽하다. 둘은 전날 3시간 가까이 회담을 열고 실무 만찬까지 함께 했지만, 비핵화 조치를 둘러싼 입장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AF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북 대표단은 이날 오전 9시부터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회담을 시작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은 이틀째 협상 테이블에 앉아 북한의 비핵화와 한국전 참전 미군 유해 송환 등 구체적인 합의 이행 방안을 논의 중이다.

헤더 나워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2018년 7월 7일 트위터에 올린 사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이틀차 미·북 간 고위급 회담 자리에서 마주앉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영철은 본격적인 회담에 앞서 “전날 매우 중요한 문제와 관련해 아주 심각한 논의를 했다”며 “폼페이오 장관은 아마 간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북측이 요구한 내용을 놓고 폼페이오 장관이 쩔쩔맸을 것이라는 투다.

어떤 문제를 논했는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북한의 비핵화와 그에 상응하는 체제 보장 조치였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앞서 일본 아사히신문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열린 미·북 간 판문점 실무협의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에게 “우리는 이미 여러가지 조치를 취했다. 이번엔 미국의 차례”라고 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나는 잘 잤다. 우리는 전날 좋은 대화들을 나눴다”고 응수해 김영철의 도발을 싱겁게 만들었다. 그는 또 “감사하다. 오늘 계속될 대화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이며 호기로운 태도를 보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입장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보다 밝은 미래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며 “따라서 우리가 하는 일, 즉 완전한 비핵화를 향하는 길과 양국 간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북한을 밝은 미래로 이끌고 두 정상이 요구하는 성공을 이루는 데에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헤더 나워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2018년 7월 7일 트위터에 올린 사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의 이틀차 회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김영철은 폼페이오 장관의 말에 수긍하면서도 “몇 가지 분명히 해야할 것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조치들을 받아들이기 전에 북한도 요구할 사항들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에 “마찬가지”라고 맞받아쳤다.

김영철은 이른바 ‘회담꾼’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만들었을 때부터 남북 대화에 참여했던 인물로, 위압적인 농담으로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하는 화법이 특징이다. 4년에 한번 정권이 바뀌는 한국 정부의 특성상 한국 측 협상 대표가 매번 바뀌는 점을 이용해 ‘공부 좀 하고 오라’고 면박을 주는 식이다.

그런가 하면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인정한 ‘배짱’의 소유자다. 그는 지난 4월 김정은과 만나 “나는 여전히 당신을 죽이려고 하고 있다”고 농담해 김정은으로부터 “나와 이렇게 배짱이 잘 맞는 사람은 처음”이라는 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김정은은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자격으로 방북한 폼페이오 장관을 보자마자 “당신이 날 제거하려고 한다고 들었다”며 폼페이오 장관의 과거 대북 강경 발언을 끄집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