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 회원' 서울大 총동창회 내홍
첫 여성 동창회장 선임 무효 법정 다툼까지
서울대 총동창회가 쪼개진 네 가지 이유

‘40만 회원’ 서울대학교 총동창회가 동창회장 자리를 두고 내홍에 휩싸였다. 지난 3월 동문 30명으로 구성된 서울대 총동창회장 추대위원회는 피아니스트인 신수정(76) 서울대 명예교수를 27대 동창회장으로 추대했다. 1969년 총동창회 창립 이후 처음 나온 여성 동창회장이다. 세간에 화제가 됐다.

그러나 이기준 전 서울대 총장 등 약 50명으로 구성된 ‘서울대총동창회 정상화를 위한 동문 모임(서정모)’은 신 명예교수를 회장으로 선임한 결의는 무효’라는 취지의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40만 회원’ 서울대학교 총동창회가 회장 선임 과정을 두고 내홍에 휩싸였다.

법정 다툼으로 비화한 서울대 총동창회의 갈등은 지난해 개정된 회장 선임 절차에 관한 회칙에 따라 지난 3월 신임 총동창회장을 추대하면서 시작됐다. 과거 총동창회장은 공식적인 추대 기구 없이 상임이사회와 총회를 거쳐 추대됐다. 총동창회는 지난해 3월 회칙을 개정하면서 총동창회장 추대위원회라는 공식 기구를 구성해 회장을 추대하도록 바꿨다. 신 명예교수는 추대위를 통해 추대된 첫 회장이다.

하지만 서정모 측은 “어떤 절차로 추대위를 구성했는지도 불투명하고, 총동창회장을 추대하면서 관행적으로 거쳤던 상임이사회의 승인 절차가 생략된 것도 문제”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반면 서울대 총동창회는 “개정된 회칙에 따라 추대한 것이어서 전혀 문제될 게 없다. 내부에서 충분히 오해를 풀 수 있는 문제인데 소송까지 제기돼 유감”이라는 입장이다.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은 신임 회장 추대를 놓고 벌어지는 서울대 총동창회 내부 갈등을 둘러싼 네 가지 쟁점을 정리했다.

①상임이사회 '패싱' 논란
서정모는 상임이사회의 승인 없이 회장을 선임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서정모 측 박성희 전 서울대동창회보 논설위원은 "동창회장이 조직의 대표성을 가지려면, 최소한 단과대학 동창회장 등 100여 명 동문이 포함된 상임이사회의 승인 과정을 밟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임이사회는 주요 사업과 예산, 회원 자격 등을 결정하는 의사결정 기구다.

반면 서울대 총동창회 측은 “개정된 회칙에 따라 (상임이사회 승인 절차 없이) 총동창회장을 뽑은 것인데 이제 와서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고 하면 어떡하느냐”고 반박했다.

②회장 추대위 구성은 어떻게?
회장 추대를 위해 일시적으로 구성되는 추대위 구성이 불투명하게 진행됐다는 지적도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차기 회장을 추대하는 추대위원은 '현직' 회장이 임명한다. 추대위원의 명단은 총회에서 공개된다. 신 명예교수를 추대할 때는 추대위는 30명으로 구성됐다.

서정모 측 신우성 서울대 ROTC 총동창회장은 “회장 추대위원을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는지, 누가 어떻게 회장 후보를 정하는지 동문 대부분은 알지 못한다”면서 “사무총장이 자기 사람들을 (추대위원으로) 심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총동창회 측은 “총회에서 추대위원 선정 결과를 알려준다. 만약 추대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총회에 나와서 문제를 지적하면 될 일”이라고 반박했다. 총회에는 동창회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평균 1000여 명의 동문이 총회에 나온다고 한다.

"기부금 없이도 80억원 낸 경쟁자 이겼다"
일부에서는 "서울대 발전기금을 낸 적이 없는 신 명예교수가 동창회장으로 낙점됐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정모 관계자는 "이번에 동창회장 입후보자는 4명인데, 이 가운데 한 명은 서울대 발전기금으로 80억원을 냈고 다른 후보도 서울대·서울대 총동창회에 70억원을 기부한 걸로 안다"며 "신 명예교수는 기부를 하지 않은 분인데, 어떤 점을 높게 평가해서 동창회장이 됐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총동창회 측은 “돈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박승희 서울대 총동창회 사무총장은 “학교에 얼마를 기부했는가는 중요한 고려 요소이기는 하지만 그 자체가 회장이 되는 필수조건은 아니다”라며 “추대위원들이 종합적으로 의사결정을 한 결과 신임 회장으로 신 명예교수가 뽑힌 것”이라고 밝혔다. 박 사무총장은 “신 명예교수는 겸손한 분이라 그간 자신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도록 부모님 명의로 기부를 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④육사 출신 사무총장이 총동창회를 '농단'하고 있다?
서정모 측에선 "임기 제한이 없는 사무총장이 40만 총동창회를 쥐고 흔든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대 총동창회장은 임기가 2년이다. 하지만 사무총장은 임기제한이 없다. 현 총동창회 사무총장인 박 사무총장은 2014년 10월에 임명됐고, 이번 신수정 회장 때도 유임됐다.

서정모 측은 “동창회가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배경에는 사무총장의 전횡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서정모 측 한 인사는 “사무총장은 회장 임기와 같이 가는 게 ‘상례’”라면서 “4년 가까이 사무총장직을 이어오면서 각종 위원회 자리나 요직에 자기 사람을 심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非)서울대 출신인 박 사무총장의 ‘자격’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있다. “육사 출신으로 ‘6개월짜리 단기 행정대학원’을 다닌 준회원 자격의 사무총장이 정회원 35만명보다 힘이 센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서울대 동창회는 학부·대학원을 졸업한 동문에게는 정회원, 단기 연구 과정을 수료한 동문에게 준회원 자격을 부여한다. 사무총장은 준회원 자격 이상이면 임명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박 사무총장은 “총동창회 내부에서는 오히려 타 학부 출신이 사무총장을 맡은 뒤로 더 공정해졌다는 소리를 듣는다”며 “팔이 안쪽으로 굽듯이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고, 경영·재무경험을 살려 총동창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