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이항(海航·HNA)그룹 공동창업자인 왕젠(王建·사진) 회장이 프랑스 출장 중 기념 촬영을 하다가 추락해 사망했다. 향년 57세. 부검 결과 의심스러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과거 왕치산 중국 부주석 일가의 비리와 연루 의혹이 그의 죽음과 관련돼있다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왕 회장은 3일 오전 프랑스 프로방스의 작은 마을 보니유를 둘러보던 중 기념 촬영을 하기 위해 담 위로 올라갔다. 포즈를 취하던 그는 갑자기 중심을 잃고 담 넘어로 추락했다. 담 높이는 1.2m에 불과했으나 담 넘어 낭떠러지는 15m 높이로 바위가 깔린 험난한 지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추락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앞서 4일 하이항 그룹은 왕 회장의 사망 소식을 알렸으나 정확한 사인은 밝히지 않았다. 프랑스 당국은 왕 회장에 대한 부검을 실시했으나 의심스러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왕 회장을 죽음을 둘러싸고 여러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이항 그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오른팔 왕치산 부주석 일가의 비리와 연루된 점이 이번 죽음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으로 망명한 중국인 실업가 궈원구이는 하이항 그룹 소유 하이난 항공이 왕치산 부주석 일가가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이항 그룹의 공동창업자인 왕 회장은 400억달러(약 45조6000억원)에 이르는 거대한 중국 자본으로 힐튼 호텔 지분, 도이체방크 지분, 골프 클럽, 홍콩 부동산 등에 공격적으로 인수해 그룹의 규모를 키워냈다. 그룹은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와 권력층과의 유착으로 자주 구설에 올랐다.

최근에는 정부 자본유출 제한 정책으로 그룹의 인수계획이 틀어지면서 자금 경색을 겪었고, 스페인의 NH 호텔 그룹의 지분 일부와, 미국 미네소타의 오피스 건물을을 매각하는 등 지분 매각에 집중하고 있다.

하이항 그룹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사건과도 관련이 있어 주목을 끌고있다. 지난해 2월 아시아나 항공은 기존 거래업체와 계약을 끊고 하이난항공과 합작 회사 ‘게이트고메코리아’를 세우고 30년간 기내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올해 3월 게이트고메코리아에서 화재가 나면서 기내식 공급이 중단됐고, 아시아나가 새 공급업체를 찾는 과정에서 기내식 공급 문제가 발생한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 하이난항공은 금호홀딩스 회사채 1600억원을 인수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아시아나는 기존 거래업체에 1600억원 투자를 요구했으나 상대측이 부당거래 사유로 거부하면서 거래가 하이난항공 쪽으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