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상황에서 기적처럼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이야기가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지난달 23일 침수된 태국 동굴에서 실종된 후 열흘 만에 생존이 확인된 유소년 축구팀 소년 12명과 코치의 구조 작업이 한창이다.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동굴 생존자 구조는 장기전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영을 못하는 생존자들이 구조대와 함께 침수된 동굴을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잠수를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구조 당국은 이미 생존자들이 고립된 장소에 4개월치 식량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곧 이 지역의 우기(9~10월)가 시작되기 때문에 마냥 천천히 구조 작업을 진행할 수도 없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일(현지 시각) “태국 동굴 생존자 구조와 관련, 부정적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기적은 여전히 일어날 수 있다”며 태국 동굴 소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9가지 기적의 생존 사례를 소개했다.

태국 유소년 축구팀 단원 12명과 코치 1명이 2018년 6월 23일 침수된 태국 동굴에서 실종된 후 열흘 만에 생존이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 2일 구조대가 생존자들을 촬영한 영상.

① 안데스 산맥 비행기 추락 사고 (1972)

1972년 10월 13일 우루과이 아마추어 럭비팀 45명을 태운 전세기가 친선경기를 위해 칠레 산티아고로 향하던 중 안데스 산맥에서 추락했다. 추락 직후 12명이 숨졌고, 이후 눈사태 등으로 추가 사망자가 발생해 총 29명이 사망했다.

1972년 10월 13일 우루과이 아마추어 럭비팀 45명을 태운 전세기가 친선경기를 위해 칠레 산티아고로 향하던 중 안데스 산맥에서 추락했다. 사진은 당시 사고 장면.

16명의 생존자들은 눈 덮인 안데스 산속에서 죽은 사람들의 인육을 먹으며 버텼다. 이후 생존자 중 2명이 12일 동안 산을 걸어 내려가 구조를 요청했고, 나머지 14명의 생존자들은 추락 72일 만에 구출됐다. 이들의 생존 스토리를 바탕으로 1993년 영화 ‘얼라이브(Alive)’가 제작되기도 했다.

② 칠레 광산 사고 (2010)

2010년 8월 5일 칠레 북부 산호세 광산이 폭발로 무너지면서 70만톤 무게의 바위가 출구를 막았고, 광산 깊은 곳에서 일하던 광부 33명이 매몰됐다.

수색 작업이 시작되고 17일 만에 이들의 생존이 확인됐다. 그러나 700미터(m) 길이의 단단한 암반에 드릴 작업을 하긴 쉽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하고 69일이 지나서야 광부들을 구출할 수 있는 크기의 통로가 마련됐다.

2010년 8월 5일 칠레 북부 산호세 광산이 폭발되며 33명의 광부가 매몰된 후 69일 만인 10월 13일 생존자 중 한명(빨간 모자)이 처음으로 구조되고 있다.

2010년 10월 13일 광부들은 1명씩 ‘불사조’란 이름의 캡슐을 타고 지상으로 올라왔다. 이들의 이야기는 2015년 ‘33 (The 33)’이란 영화로 제작됐다.

③ 아폴로 13호 (1970)

“휴스턴, 문제가 생겼다”

1970년 4월 13일 휴스턴의 미국 항공우주국(나사·NASA) 지상 관제본부에 긴급 무전이 반복적으로 들어왔다. 4월 11일 달 착륙을 목표로 발사된 미국 유인우주선 ‘아폴로 13호’의 산소탱크가 폭발하면서 전기 시스템까지 고장난 것이다.

아폴로 13호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아폴로 13’의 한 장면.

아폴로 13호에 타고 있던 제임스 로벨, 존 스위거트, 프레드 헤이즈 등 3명의 조종사는 달 착륙을 포기하고, 생존을 위한 사투를 시작했다. 지상 관제본부의 지휘 아래서 나사 엔지니어들은 조종사들이 손상된 우주선을 다시 가동하고, 지구로 귀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나사 지상 관제본부는 달의 중력을 이용해 자유귀환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 결과, 4월 17일 전 세계인에게 생중계 되는 가운데 아폴로 13호는 무사히 태평양에 착륙했다. 이 실화를 바탕으로 1995년 제작된 영화 ‘아폴로 13호(Apollo 13)’에서 톰 행크스가 주연을 맡기도 했다.

④ 허드슨의 기적 (2009)

2009년 1월 15일 US에어웨이즈 1549편 항공기가 승객과 승무원 155명을 태우고 미국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출발했다. 그러나 항공기는 출발 1분 만에 새 떼와 충돌해 엔진에 화재가 발생했다. 체슬리 설런버거 기장은 무리한 회항으로 더 큰 사고가 날 수 있다고 판단, 허드슨 강에 비상 착륙했다.

승무원들은 비상착륙 후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고, 비상구를 개방해 구명정용 슬라이드를 작동한 뒤 승객들을 구명정에 태우는 등 비상 탈출에 필요한 조치를 침착하게 수행했다.

2009년 1월 15일 미국 뉴욕 허드슨강에 불시작한 US에어웨이즈 1549편 항공기.

뉴욕 비상대책본부도 신속히 구조에 나섰다. 비상대책본부는 허드슨강에서 페리선을 운영하는 민간 업체에 구조선을 띄우도록 했다. 첫 번째 구조선이 도착한 건 비행기가 불시착한 지 4분 만이었다.

불시착 후 단 23분 만에 모든 탑승자 구조가 완료됐고, 이후 비행기는 강 아래로 침몰했다. 일부 승객과 승무원이 다리가 부러지는 등 부상을 입거나 저체온증을 호소했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2016년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SULLY)’이란 영화가 만들어졌다.

⑤ 캄차카 반도 잠수함 위기 (2005)

2005년 8월 4일 선원 7명을 태운 러시아 해군 소형 잠수함 ‘프리즈(Priz)’가 북태평양 캄차카반도 인근 해저 약 190m 지점에서 멈춰섰다. 군사용 수중 안테나와 어망 등이 잠수함 프로펠러에 걸린 것이다.

러시아 정부의 요청에 따라 미국, 영국, 일본 잠수정이 구조 작업을 시작했고, 사고 사흘 만에 모든 선원들이 구조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잠수함 선원을 구출한 영국 구조 팀에게 메달을 수여했고, 러시아 당국은 구조 작업에 필요한 수중 로봇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사고는 2000년 8월 12일 노르웨이 북부 바렌츠해에서 해저 108m 아래로 침몰한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 사건과 비교됐다. 당시 잠수함에 탑승한 선원 118명 전원이 숨졌다.

⑥ 해저 30m로 침몰한 선박의 ‘에어 포켓’에서 버틴 생존자 (2013)

2013년 5월 나이지리아 근해에서 선박 전복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나이지리아 출신 요리사 해리슨 오케네는 60시간 동안 해저 30m 지점으로 가라앉은 배에 갇혀있었다. 그는 배 내부에서 ‘에어포켓(air pocket)’을 발견해 그곳에 머물렀다. 에어 포켓은 선박이 뒤집혔을 때 선체 내부의 공기가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남아 있는 공간이다. 해리슨은 그곳에서 동료들이 물고기 먹이가 되는 소리를 들으며 공포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해리슨은 사고가 발생한 지 3일 만에 선박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배에는 12명이 탑승해 있었지만, 해리슨이 유일한 생존자였다. 그는 구조된 뒤 60시간 동안 감압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감압실은 잠수병 환자 치료나 잠수 후 표면에서 감압을 하기 위한 공간이다. 그러나 해리슨은 사고 후유증으로 여전히 종종 악몽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⑦ 우물에 떨어진 아기 (1987)

1987년 10월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의 가정집에서 18개월 된 아기 제시카 맥클레어가 뒤뜰의 우물 속으로 추락했다. 지역 소방관과 경찰, 광산 전문가 등은 우물 근처 지반에 평행으로 구멍을 뚫어 제시카가 있는 지점과 연결되는 터널을 만들기로 했다. 구조 대원들은 제시카가 디즈니 애니메이션 ‘곰돌이 푸(위니 더 푸·Winnie the Pooh)’ 노래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생존 사실을 확인했다.

제시카는 추락 58시간 만에 구조됐지만, 괴사로 인해 발가락을 절단해야 했다. 이후에도 15차례의 추가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제시카는 성인이 된 후 당시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⑧ 산둥성 광산 사고 (2015)

지난 2015년 12월 25일 중국 산둥성 핑이현 석고광산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29명의 광부가 지하에 매몰됐다. 신속한 구조 작업으로 사고 발생 하루 만에 11명이 구조됐지만, 1명은 사망했다.

2015년 12월 25일 중국 산둥성 핑이현 석고광산에서 발생한 붕괴사고로 매몰된 광부가 구조되고 있다.

이후 30일 구조대는 지하 220m 지점에 4명의 광부들이 생존한 사실을 확인하고, 구조 통로를 뚫어 산소와 음식, 옷, 약품 등을 공급했다. 36일 간의 구조 작업이 지속된 후 2016년 1월 29일 4명의 광부는 구출됐다. 그러나 실종된 나머지 13명 광부들의 흔적은 찾지 못한 채 2016년 2월 7일 구조 작업은 종료됐다.

⑨ 태풍 속에서의 헬리콥터 구조 (2014)

2014년 9월 16일, 태풍이 발생한 홍콩 근해에서 10m 높이의 파도에 휩쓸린 96m 길이의 중국 화물선 ‘하오 준’이 침몰하기 시작했다. 당시 홍콩을 덮친 제 15호 태풍 ‘갈매기’의 최대 풍속은 시속 166㎞를 기록했다.

배에는 선장과 선원 13명이 타고 있었다. 선장은 선원들에게 배를 버리고 바다에 뛰어들라고 했다. 홍콩 정부는 광둥 해양 구조 당국의 지원 요청을 받고, 구조 작업을 위해 초대형 헬리콥터 슈퍼 푸마를 출동시켰다. 헬리콥터 구조대는 대형 파도와 거센 돌풍에 맞서 약 1시간 만에 탑승자 모두를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 구조된 선원 중 단 1명 만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