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3일 발족한 민생·평화상황실 첫 회의에서 혁신성장팀장을 맡은 의원은 "혁신 성장을 위해선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규제 개혁이 필수"라고 말했다. 그러자 공정경제팀장을 맡은 의원은 "양심 없는 자본이 판치는 현실에서 이를 규제하는 강력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지부진한 정부 부처의 규제 완화 작업에 "답답하다"며 규제혁신점검회의를 취소한 게 일주일 전 일이다. 그러자 민주당 전체가 달려들어 규제 혁파에 나설 듯이 했다. 규제 개혁 5법(法)이 야당의 비협조로 가로막혔다며 야당 탓도 했다. 그래 놓고 규제 개혁 입법의 속도를 내기 위해 소집한 여당 자체 회의는 찬반 양론이 맞부딪치며 겉도는 모양이 됐다. 규제 강화를 주장한 의원은 "정부 지원으로 부를 쌓은 대기업이 서민을 착취하는 것이 현실"이라고도 했다. 전형적인 반(反)시장·반기업 규제관(觀)이다.

지난 정권 때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를 '손톱 밑 가시'라고 부르며 과감한 개혁을 시도했을 때 당시 야당이었던 지금 여당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극력 반대했는데 그중 하나가 '규제를 풀면 부도덕한 대기업들의 배만 불려줄 것'이라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혁신 성장을 소득 주도 성장과 더불어 경제 정책의 양대 축으로 삼겠다"면서 획기적으로 규제를 풀겠다고 했을 때 5년 사이에 생각이 180도 바뀌었나보다고 생각했더니 이날 회의에서 본심이 드러난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기업 경영과 관련된 정책을 놓고 제각각 다른 소리가 나와 혼선을 준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제와 관련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연장하는 문제를 두고 경제부총리, 여당 원내대표와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 장관이 하는 말이 다르고, 6개월 처벌 유예에 대한 당정(黨政)의 설명이 다른 것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이 규제 개혁 작업이 계속 제자리에서 맴도는 것에 역정을 낸다는 소식에 여당이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보고 이번에야말로 집권 세력 전체가 총력전을 펴겠구나 싶었는데 첫 발자국을 내딛기도 전에 내부에서 엇박자를 내고 있다. 여당이 정말 대통령의 혁신 성장 방침을 뒷받침할 뜻이 있다면 야당이 협조 않는다고 눈을 흘기기 전에 내부 입장 정리부터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