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기조로 국내 유일 원자력 기술 고등학교인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가 전공명에서 '원전'을 빼기로 했다.

경북 울진에 있는 원자력마이스터고는 원자력 등 에너지 산업 수요 증가에 따라 2014년 공고에서 원전 마이스터고로 전환하면서 매년 80명의 원전 현장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대졸자도 들어가기 힘들다는 한수원·한전 등 에너지 공기업에 다수의 졸업생이 취업하면서 경북뿐 아니라 서울·수도권 등 전국 각지에서 학생들이 몰렸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탈원전 정책 기조를 발표한 후 경쟁률이 급감했다. 올해 신입생의 경우 총 80명 모집에 83명이 지원해 1.0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017년 2.16대1, 2016년 2.65대1, 2015년 1.83대1에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이에 학교는 지난 5월 '원전산업기계과' '원전전기제어과' 등 2개 전공명을 각각 '기계과' '전기제어과'로 바꿨다. 전공명에서 '원전'을 뺀 것이다. 학교 측은 "꼭 원자력만 배우는 것은 아닌데, 학교 이름과 전공명 때문에 앞으로 취업에서 불이익을 볼 것이라는 학생·학부모·교사들 우려가 있었다"며 "경북교육청에 우리의 사정을 잘 설명하고, 전공명 변경을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이유진 교장은 "정부 정책에 따라 학교가 존립 위기에 처했다"며 "설립 취지에 반해 시도하지 못했지만 학교 이름까지 바꾸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