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군기반장' 존 켈리〈사진〉 비서실장 경질설이 또 불거져 나왔다. 일각에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그만둘지 모른다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잇단 고위 관료 교체설에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다시 인사 태풍 속으로 빠져들지 모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진들과 켈리 비서실장의 후임에 누구를 선임하는 게 좋을지를 논의하고 있다"며 "켈리 실장은 이르면 이번 여름, 아니면 곧(이번 주에) 사임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후임 후보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비서실장인 닉 에이어스와 금융소비자보호국(CFPB) 국장대행을 겸하고 있는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국장이 유력 후보라고 WSJ는 전했다.

사실 켈리 실장은 오래전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설에 시달려왔다. 미국 NBC방송은 지난 4월 켈리 실장이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트럼프라는 재앙'으로부터 미국을 구하고 있다는 말을 했고, 백악관 참모들에게 여러 차례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idiot)'라고 불렀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명령하려 하자 켈리 실장이 언쟁을 벌이며 이를 막았다고도 했다.

WSJ는 최근 들어 켈리 실장의 장악력이 느슨해졌다고 전했다. 백악관 참모들이 그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켈리 실장은 근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서실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크게 실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18일 "켈리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할 상황에 처하더라도 개의치 않겠다는 자포자기 심정을 주변에 밝혔다"고도 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CNN은 다음 달 11~12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앞두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을 홀대하는 데 실망해 그만둘 수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두 사람은 지난 3월 경질된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과 함께 예측 불허의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했던 이른바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으로 불렸다. 이들이 모두 물러나면 트럼프 대통령의 마지막 브레이크가 풀리는 셈이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인사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반 만에 백악관의 주요 보직 중 75%가 바뀌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레이건 행정부는 59%, 조지 H W 부시 행정부는 17%, 빌 클린턴 행정부는 58%,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17%,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41%가 바뀌었다.

트럼프 백악관의 고위 관료는 '파리 목숨'인 셈이다. 실제로 비서실장과 대변인 등 백악관 내 총 12개의 고위직 중 지금까지 남아 있는 사람은 3명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