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8일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군(軍)에 가지 않겠다고 하는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해 군 복무를 다른 의무로 대신할 수 있도록 병역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정부와 국회더러 내년까지 '대체복무제'를 마련하고 병역 대상자가 대체복무까지 거부할 때만 처벌하라고 명령한 것이다.

군 복무는 국민 개병제(皆兵制)를 근간으로 하는 국민의 헌법적 의무다. 그러나 한편으로 양심의 자유 영역에 해당된다고도 볼 수 있는 종교적 병역 거부를 법으로 처벌해 매년 수백명의 청년을 병역 기피 전과자로 만드는 것이 옳으냐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징병제를 실시하는 80여개국 가운데 40여개국은 병역을 대신한 대체복무를 인정하고 있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종교적 집총(執銃) 거부자들에게도 병역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줘 인권을 보다 두텁게 보장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남북이 200만 가까운 무장 병력으로 대치하고 있는 나라다. 저출산으로 인해 병역 자원도 줄고 있다. 종교적 병역 거부에 대한 여론이 전보다 유연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허용하면 안 된다는 쪽이 많다. '양심'을 가장한 병역 기피를 가려낸다는 것도 쉽지 않다. 헌재가 앞서 세 차례에 걸쳐 처벌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은 이 같은 점들을 감안한 결과일 것이다.

대만은 지난 2000년 종교적 사유로 인한 대체복무를 도입하면서 복무 기간을 현역병의 1.5배로 설정한 후 차츰 차이를 줄여가고 있다. 합법적으로 등록한 종교 단체의 보증을 받아야 하고, 2년 이상 해당 종교의 신도였다는 점을 증명해야 대체복무를 허용한다. 우리 역시 대체복무를 허용하더라도 현역 입대보다 더 긴 기간 복무시키면서 합숙 등의 방식으로 현역 복무자들이 상실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사이비 병역 기피자들을 철저히 걸러내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국가 안보는 국민이 모든 자유를 향유할 수 있게 하는 전제 조건이다. 안보 없이는 양심의 자유도 평화도 불가능하다. 대체복무를 도입하더라도 안보에는 일절 지장을 주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