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와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지난달 체결한 커피전문점들이 감축 행동에 나서고 있다. '유색 종이컵' '비닐봉지' '빨대' 퇴출 등을 표방하며 일회용품 줄이기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것이다.

"종이컵 유색 면적 95% 줄이겠다"

27일 오후 서울 종로 투썸플레이스 매장은 점심 식사를 마친 직장인들로 북적였다. 빨강·회색·검정 등 3색이 인쇄된 일회용 종이컵에 아메리카노 커피가 연방 담겨 나왔다. 전국 980여 투썸플레이스 매장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종이컵은 연간 3000만 개. 이건일 투썸플레이스 본부장은 "이르면 다음 달부터 작은 로고만 인쇄한 새 디자인 종이컵을 전국 매장에 도입한다"면서 "브랜드 자체를 아예 안 보이게 하기는 어렵지만 가로·세로 3~4㎝ 크기 로고만 종이컵에 인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하면 기존 유색 종이컵에 비해 잉크 사용량이 5% 정도에 불과해 종이컵 재활용이 제고될 것이라고 투썸플레이스 측은 밝혔다.

국내 10대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7900여 곳에선 연간 일회용 종이컵이 2억3000만 개 소비된다. 중소 규모 전문점이나 개인 운영 점포까지 합치면 3억 개에 육박한다. 재활용 업계 관계자는 "여러 색깔로 인쇄한 종이컵은 재활용하기 어려워 대부분 폐기한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인쇄되지 않은 민짜 종이컵 1㎏를 수거하면 250원 정도를 받을 수 있지만, 색깔을 입혔거나 전면 인쇄된 컵이 섞일 경우 가격이 4분의 1(60원)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는 것이다. 인쇄된 면적이 작은 종이컵은 잉크를 제거하는 용제와 물 사용량이 줄고, 공정을 단축할 수 있어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비닐 없는 매장 만들겠다"

이날 세종문화회관 인근 스타벅스 광화문 매장에도 긴 줄로 손님이 서 있었다. 카운터 한쪽에 '4컵 캐리어' 20여 개가 쌓여 있었다. 종이로 만든 계란판 모양 틀 안에 넣은 커피 네 개를 비닐봉지에 담아 가는 손님이 많았다. 종이컵을 두 층으로 쌓아 한 번에 여덟 잔씩 들고 가는 손님도 있었다. 이지현(33) 점장은 "사무실 회의용으로 한 번에 많이 들고 가려는 손님들은 대부분 비닐봉지에 담는 캐리어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전국 1180여 스타벅스 매장에서 이렇게 쓰이는 비닐봉지는 한 해 480만 장이나 된다. 펼쳐 놓으면 여의도 면적(2.9㎢)쯤 된다. 스타벅스코리아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다음 달부터 전국 매장에서 비닐에 담는 캐리어 사용을 중단할 것"이라고 27일 밝혔다. 서규억 스타벅스코리아 팀장은 "플라스틱 빨대를 감싼 비닐 포장재도 올해 안에 종이 재질로 모두 바꾸고, 머그잔이나 텀블러를 포장할 때도 비닐 재질 '에어캡'(일명 '뽁뽁이')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빨대 필요 없는 컵 뚜껑 만들겠다"

롯데그룹 엔제리너스는 재활용이 어려워 대부분 소각·매립 처리되는 빨대 줄이기에 나섰다. 차가운 음료를 빨대 없이 마실 수 있는 일회용 페트컵을 도입해 빨대 필요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일반 아이스 음료는 투명한 원형 뚜껑 한가운데 구멍에 빨대를 꽂아 마시는데, 뚜껑 부분을 개조해 입에 대고 마실 수 있도록 했다. 엔제리너스 측은 "2015년 아이스치노 등 일부 제품에 도입한 것을 올해 안에 전체 아이스 음료 제품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전국 700여 곳 엔제리너스 매장에서 한 해 6800만 개 빨대가 사용돼 버려진다. 한 줄로 늘어놓으면 1만3260㎞로, 서울~부산을 15회 이상 왕복할 수 있다. 엔제리너스는 뚜껑 개조를 통해 연간 빨대 사용량이 현재의 절반 수준인 3400만 개로 감축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