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전을 하루 앞두고 카잔 아레나에서 한국 대표팀의 경기장 적응을 위한 공식 훈련이 열리기 직전이었다. 갑자기 번개가 치고 천둥소리와 함께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폭우는 곧 우박으로 바뀌어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박 덩어리가 떨어졌다. 맑은 하늘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급변한 것이다. 30여 분 동안 상황을 지켜본 피파 관계자는 경기장 상황이 좋지 않자 결국 예정된 한국과 독일 대표팀의 경기장 적응 훈련을 취소했다.

러시아 월드컵 예선 마지막 경기 독일전이 열리는 카잔에 도착하자마자 느껴지는 더운 기운이 베이스캠프였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선선한 날씨와는 확연히 달랐다.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카잔은 낮 기온이 30도가 넘을 정도로 더운 도시다.

맑은 날씨 속에 한국과 독일의 공식 훈련을 준비하던 피파 관계자들도 갑자기 쏟아진 우박에 무척 당황한 모습이었다. 취재를 위해 경기장으로 향하던 기자들도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경기장 지붕 밑에서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

예정대로라면 한국팀이 먼저 경기장에서 적응 훈련을 하고 두 시간 후에 독일이 훈련할 차례였다. 우박은 30분 후에 멈췄지만, 피파 관계자는 그라운드에 우박이 쌓여있는데다 잔디 훼손을 우려해서 경기장 적응 훈련을 취소했다. 대신 인근 다른 경기장에서 따로 훈련하도록 결정했다.

한국팀 훈련 직전에 번개와 천둥을 동반한 우박이 쏟아지자 기자들 사이에서는 독일전의 조짐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그때 갑자기 카잔의 자원봉사자들이 기자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건넸다. 그래서 한국팀 훈련 시간에 날씨가 너무 좋지 않아서 불길한 예감이 들지 않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한 자원봉사자가 웃으며 “카잔에서는 누군가가 큰일을 앞두고 날씨가 급변해서 천둥 번개가 치고 폭우가 쏟아지면, 반드시 그 사람에게 행운이 온다고 믿는 풍습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팀 훈련을 앞두고 이렇게 됐으니 내일 좋은 경과가 있을 거다”라며 미소 지었다. 옆에 있던 독일 기자에게는 “독일에게는 유감이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국팀의 경기장 적응 훈련이 취소되고 기자가 카잔 아레나에서 빠져나올 때쯤, 거짓말처럼 먹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카잔의 자원봉사자들이 해준 말이 귓가에 맴돌면서 독일과의 마지막 예선전이 기대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