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년 만에 청와대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을 교체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대표로 하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문책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전임 경제수석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역설적인 부작용을 낳고 있는데 통계까지 왜곡해가며 실상을 호도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전임 일자리 수석 역시 고용 악화의 원인으로 '인구 구조' 타령을 하는 등 정책 대응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두 수석 교체를 계기로 경제·고용 정책의 전반적인 재검토가 이뤄지길 바라는 것이 경제계의 바람일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소득주도 성장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후퇴는커녕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 성장을 더욱 속도감 있게 실행하겠다"고 한다. 대통령 직속으로 '소득주도 성장 특위'까지 신설해 물러난 경제수석을 위원장 자리에 앉혔다. 청와대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더욱 구체화하라는 특명을 준 것"이라고 했다. 두 수석의 교체가 "(문책성) 경질이 아니다"고도 한다. 결국 정책 기조는 그대로 둔 채 사람만 바꾸겠다는 것이다. 아직도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 고용 상황은 '대란(大亂)'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실업률이 18년 만에 최고로 치솟고, 취업자 증가는 8년 만에 가장 적은 7만명대까지 추락했다. 최저임금 대상자가 많은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일자리가 대량으로 줄고있다. 주 54시간 이상 일하는 좋은 일자리가 급감한 반면 17시간 미만의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만 늘었다. 일자리의 양과 질 모두 급속하게 악화된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정책 탓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것을 모든 통계치가 일관되게 말해주고 있다.

고용 악화는 서민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최하위층 소득이 감소하고 분배 양극화가 15년 만의 최악을 기록했다.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길거리 경기가 더욱 차갑게 식고 있다. 자영업 매출은 1년 새 12%나 줄어들었다. "IMF 위기 때보다 더 힘들다"는 얘기가 터져 나온다. 그런데도 정부는 최저임금을 계속 올리겠다고 한다.

소득주도 성장론은 애초부터 경제학에서 실패한 모델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1년간 추진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실책을 인정하고 방향을 전환해야 마땅하다. 경제를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기업과 시장(市場)을 활성화시키는 것뿐이다. 그런데 확실한 길은 놔두고 최저임금 인상과 세금 퍼붓기 정책만 계속하겠다고 한다. 청와대 참모 몇 명만 바꾸고는 문제점이 드러난 소득 주도 성장의 실험을 지속하겠다고 한다. 나라 경제를 실험의 대상으로 삼는 일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