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들어와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들이 입국 전 페이스북 게시판을 통해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난민 브로커'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게시판에 글을 남겨 한국 내 취업을 조언했다는 것이다. 비공개 게시판에는 예멘인 등 1600여 명이 가입해 있다. 제주도에 들어와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은 작년 42명에서 올해 519명으로 늘었다.

제주도에 머물고 있는 30대 예멘인 A씨는 "예멘을 떠나 말레이시아에 머물 때부터 'Yemen refugees in Jeju'(제주의 예멘 난민)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게시판)에 가입해 정보를 얻었다"고 말했다. 당시 말레이시아에 머물던 20~30대 예멘 남성이 많이 가입했다고 한다. 게시판에는 '수도권 공장에서 근무할 경우 원하는 임금을 받기 위해선 초과 근무를 해야 한다'는 등의 취업 관련 내용이 영어로 올라왔다. 질문을 올리면 브로커가 메신저 등으로 개별 접촉했을 가능성도 있다. A씨는 "말레이시아에서 나를 돕는 사람을 만나 제주로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당 게시판은 현재 외부인은 볼 수 없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난민 브로커를 조사해달라'는 청원 글이 올라오고서 비공개로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난민 브로커가 활동을 숨기기 위해 비공개로 전환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예멘인들이 정보 공유를 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만든 것"(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신강협 소장)이라는 의견도 있다.

예멘인들이 제주에 정착하는 과정에서도 브로커로 의심되는 한국인이 개입했다는 주장도 있다. 제주난민대책도민연대 이향 사무국장은 "출입국사무소에 가봤더니 예멘인 4명당 1명의 한국인이 붙어 거소 증명을 해주고 있었다"고 했다. 제주도에 머무는 예멘인 상당수는 "'서울에서 취업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국에 왔다"고 한다. 선원, 양식장 근무 등 제주도에서 제공한 일자리도 마다하고 있다.

한 양식장 사장은 "말은 안 통하지만 일손이 모자라 월급 170만원에 숙식 제공을 조건으로 예멘인을 채용했는데 얼마 안 가 '보수가 적다'며 갑자기 그만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