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우 문화2부장

그제 신문 사회면과 국제면에 각각 한국과 일본의 젊은 직장인들 이야기가 소개됐다. 한국 젊은 교사들이 보직교사나 장학사를 맡지 않으려고 한다는 내용과 일본 신입사원 중 "장차 사장까지 승진하고 싶다"는 사람이 지난 50년간 조사한 이래 가장 적다는 이야기였다. 승진이나 출세에 관심 없고 개인생활과 작은 행복에 더 큰 의미를 두는 세대라는 해석이었다. 두 나라 모두 빠르게 고령사회로 가고 있는 만큼 젊은 세대 인식도 비슷한 것 같다.

과연 '승진과 출세에 관심 없는 세대'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그보다는 사회 진출에 진을 빼고 나니 당분간은 경쟁이나 시험과는 담쌓고 지내고 싶은 심리라는 게 더 설득적이다. 승진과 출세라는 세속적 가치에 관심이 없다면 젊은 세대의 이른바 갭투자나 가상 화폐 광풍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출세는 관심 없고 일확천금을 원하는 모순적 세대는 존재할 수 없다.

보직 맡아봐야 일은 많아지는데 월 7만원 수당이 전부이고, 시험 치러 장학사 된들 야근이나 해야 한다 해서 교사들에게 인기 없다고 한다. 보직교사 수당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월급 두 배 주면 모를까, 웬만해서 이런 추세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인생의 관문이 두 개밖에 없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첫째가 대학이고 둘째가 취업이다. 대략 스무 살에 대학 들어가고 서른 살에 취업한다고 치면, '100세 시대' 전반 30년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나머지 70년에 대한 설계는 각자 알아서 해야 한다. 대입과 취업을 가까스로 이루면 맥이 탁 풀려버린다. 필요한 만큼만 일하고 내 시간을 갖고 싶어진다. 돈을 더 벌고 싶지만, 그러려고 또다시 결투의 전장에 나가고 싶진 않다. 그러나 이제 막 이들을 받아들인 기성세대는 '젊은 피'의 활약을 기대한다. 보직도 맡아주고 사장 해보겠다는 각오로 뛰어주길 원한다. 그저께 한국과 일본 기사는 결국 두 세대의 갈등 이야기다.

'출세 대신 작은 행복'은 전형적인 중년 이후의 라이프스타일이다. 이런 경향이 20~30대에서 나타난 것은 고령화 사회의 특징 중 하나가 '정신의 고령화'임을 말해준다. 1970년대 일본 신입사원들은 '일하는 목적'에 대해 "나의 능력을 시험해보기 위해"라고 가장 많이 답했다. 올해 조사에서는 "재미있게 살기 위해"가 가장 많았다. "능력을 시험해보기 위해"라고 대답한 사람은 10명 중 한 명에 그쳤다. "젊어서 고생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느냐"는 물음에 "사서 고생할 것은 없다"고 대답한 사람이 역대 최고치였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고 할 때 고생(苦生)은 험한 일을 뜻하지 않는다. 자신이 택한 일에 전력투구하는 것이 젊어서 하는 고생이다. 무엇인가 성취한 사람들은 모두 젊었을 때 자신의 일에 모든 것을 바쳤고, 스스로 원해서 고생했다.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팻 메시니는 최근 국내 출간된 대담집에서 "나는 어려서부터 평생 강박적으로 많은 결실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기 위해 '염원'이라는 나침반을 따라갔으며 누구나 내면에 염원이 있다면 아주 정확한 나침반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며 능력을 시험해보는 소수의 사람이 결국 사회를 한 발짝씩 전진시킨다. 국가대표와 월드컵 출전이라는 출세를 이룬 손흥민이 자신을 끊임없이 밀어붙인 결과 경기 종료 직전 통렬한 중거리슛을 성공시킨 것처럼 말이다. 작은 행복을 누리며 재미있게 사는 사람들은 그런 선구자를 뒤따라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