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했다. 경찰이 독자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갖는 내용이다. 사실상 경찰이 검찰과 대등한 관계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은 앞으로도 부패, 횡령·배임, 선거, 탈세, 사기, 증권·금융 비리 등에 대한 수사는 변함없이 직접 담당하게 된다. 검경 양측을 적당히 달랜 것이다.

그동안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은 물론 영장청구권, 형 집행권 등 세계 어디에도 없는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러왔다. 검찰의 이 권력은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그 정권의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한 대가로 받은 것이다. 국민 사이에 검찰을 이대로 둘 수 없다는 공감대가 생긴 것은 그 때문이다. 비대한 검찰 권한 일부를 떼내 견제를 강화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경찰도 정권의 충견(忠犬) 역할을 해온 것은 마찬가지다. 최근 '드루킹 수사' 과정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검찰보다 더 노골적인 경우도 적지 않다. 경찰이 더 큰 수사 권력을 쥐면 정치보복, 표적수사, 별건수사, 인권유린이 줄어들겠나. 그 반대일 가능성이 더 높다.

권력이 커지면 부패하게 된다. 경찰 내부 비리는 이미 검찰 못지않다. 1990년대 이래 경찰청장 20명 중 8명이 비리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연간 1000명가량의 경찰관이 각종 비위로 징계를 받고 있다. 2만명에 달하는 수사경찰이 저마다 독자적 수사권을 갖고 검사 행세를 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이것이 국민에게 어떤 이득이 되나.

이제 기존 검사 2300명에다 검사 못지않은 권한을 가진 수사경찰 2만명이 더해졌다. 그 위에 '특별검찰'이라는 공수처 검사들과 수사관 수백 명이 있게 된다. 이들 모두 범죄와 부패를 막는 법치 수호 기관을 자임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일선 검찰과 경찰에서는 피의자와 피해자에 대한 인권유린, 검경의 내부 부패, 권력 오용과 남용이 심각한 상황이다. 검경의 수사 이권 조정과 수사 권력 대폭 확대로 국민은 무엇을 얻게 되나.

수사권 조정 같은 권력기관 개편 방향은 그 기관들의 정치적 중립을 어떻게 보장하고 권력과 절연(絶緣)시키느냐가 핵심이어야 한다. 이번 정부안은 그와 관련해선 아무 내용도 담고 있지 않다. 대통령은 권력을 하나도 내려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문제의 근원인 검찰에 대한 개혁은 대통령과 검찰을 떼어놓기만 해도 대부분 달성되는 것이다. 아무리 야당 실종 상태라 해도 이런 문제들만은 반드시 논의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