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1박2일 일정으로 또다시 중국을 방문했다. 김정은의 방중은 지난 3월말 베이징, 5월 랴오닝성 다롄에 이어 석 달 새 세 번째다. 중국과 북한은 혈맹(血盟) 관계지만, 외교가에서는 북한의 최고위 지도자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방중(訪中)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독자 외교’를 추진했던 북한이 미국이라는 버거운 상대와 마주하면서 대중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19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의 서우두 국제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미국과 실무협상을 통해 합의를 하고 나면 북한은 비핵화와 관련한 행동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 뒷감당을 홀로 감당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며 “김정은은 자신의 힘에 부치는 ‘헤비급’인 미국을 상대하면서 더욱 중국에 기대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버렸다”고 했다. 남 교수는 “힘이 없는 상태에서 ‘스트롱맨’과 부딪히니까 옆에 있는 다른 스트롱맨을 찾아가는 격”이라며 “이제는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외교전을 하고 있다. 외교라는 것도 체급이 있는데 북한이 미국을 대하면서 힘에 부쳐 결국 중국에 의존하게 됐다”고 했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지난 6·12 미북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 시진핑과의 두 차례 만남이 김정은에게 큰 힘을 실어줬다”며 “트럼프가 강조한 비핵화 실무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지지와 확고한 후원을 다시 확보하는 차원에서 또다시 방중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남 교수는 “실무회담 과정에서 미국이 북한에 강한 압박을 할 텐데 이를 대비해 중국에 대북 제재 완화를 요청하려는 측면도 있다”며 “북한은 유엔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대북 제재를 풀어달라고 중국 측에 요청하고 중국은 이를 받아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정은의 잇따른 방중은 북중 동맹이 최근 각종 회담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계속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김정은과 시진핑은 두 차례 만남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이었던 단계적 비핵화와 쌍중단(북한 비핵화를 진행하며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는 것)을 관철했다”며 “이제는 자신감이 붙어 대북 제재 무력화를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김정은의 잦은 방중이 또다시 미국의 의구심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 입장에서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취하려는 측면은 이해가 되지만, 아직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에 대한 북미 간의 일괄타결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김정은의 3번째 방중으로 북미 간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며 “미국이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