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희(56·사진) 서울대 의대 교수가 18일 차기 서울대 총장에 선출됐다. 서울대에서 의대 출신 총장이 나온 것은 1980년 권이혁 총장 이후 38년 만이다.

서울대 이사회는 이날 오전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후보 면접과 이사진 투표를 진행해 강 교수를 차기 총장 최종 후보로 선출했다. 강 교수는 교육부 장관 제청과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裁可)를 거쳐 오는 7월 20일부터 정식으로 총장 업무를 시작한다. 임기는 2022년 7월까지 4년이다.

강 교수는 이날 이사회 이사 15명 중 최소 과반(過半)인 8표를 얻었다. 앞서 서울대 총장추천위원회는 강 교수 외 이건우(62)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이우일(63)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를 후보로 추천했다. 이날 이사회 1차 투표에선 과반이 나오지 않아 강대희·이건우 교수를 놓고 결선투표를 했다.

예방의학을 전공한 강 교수는 암 예방과 역학(疫學) 분야 전문가다. 지금까지 논문 276편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서울대 의대 재학 시절 은사인 고(故) 윤덕로 예방의학 교수가 "사회를 고치는 의사가 돼라"고 한 말에 감흥을 받아 예방의학을 선택했다고 한다.

강 교수는 1994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서 환경보건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1996년 서울대 교수로 임용됐다. 2012년 49세로 최연소 서울대 의대 학장이 되고 3연임에 성공해 작년 말까지 역임했다. 미국 국립보건원 수석연구원,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 한국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도 지냈다.

강 교수는 의사 집안에서 태어났다. 부친 강형용씨는 서울 의대를 2회로 졸업한 내과 전문의다. 큰아버지는 크리스찬아카데미를 이끈 고(故) 강원용 목사다.

강 교수는 총장 선거 출마 당시 "서울대는 위기"라고 했다. "서울대 역할과 위상에 대한 정체성 위기, 법인화 이후 훼손된 자율성 위기, 구성원 간에 소통의 위기 등 내부적 문제뿐 아니라 급변하는 미래 사회에 대한 준비 부족 등 해결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역동적인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서울대 재정 확충을 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향후 4년간 학교 발전 기금을 8000억원 모금하고, 1000억원 이상의 '연구 펀드'를 유치해 총장 재임 기간 학교 재정을 총 1조2000억원 확충하겠다고 공약했다. 올해 서울대 예산은 7972억원이다. 강 교수는 또 학부·대학원생 장학금과 주거 지원을 확대하고 교수 임금을 매년 5%씩 4년간 총 22% 인상하는 등 복지 확충 공약도 내놓았다.

이번 총장 선출에는 서울대 개교 후 처음으로 학생도 참여했다. 지난달 10일 투표권이 있는 학부생·대학원생·연구생 3만3000여 명 중 4846명(14.6%)이 모바일 투표로 참여했다. 학생 투표 결과와 교수·교직원이 참여하는 정책평가단 평가를 합산한 결과는 강 교수가 1위였다. 이 결과는 총장추천위원회가 후보를 뽑는 데 반영됐다. 서울대 총장 후보는 교수와 외부 인사로 구성된 총장추천위원회가 위원회 자체 평가와 교수·직원·학생·부설 학교 교원 등의 평가를 취합해 추천하고 이사회가 최종 선정한다.

강 교수는 최종 후보 선출 직후 본지 통화에서 "아직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재가가 남았다"며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 포부를 밝히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