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지방선거 후 처음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참모들에게 "유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청와대야말로 정말 유능해야 한다. 유능함으로 (국민에게) 성과를 보여 드리자"고 했다. 이 자리에서 민정수석은 "민생과 일자리, 소득 증가 등에서 국민 삶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정부는 버림받는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 원내대표도 일자리 사정 악화에 대해 "뼈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에게 대통령의 말은 '청와대가 유능했으면 일자리 문제가 이렇게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란 취지로 들린다. 실제로 주요 경제 정책에서 정부가 보여준 것은 유능이라기보다는 무능에 가까웠다. 전 세계가 고용 풍년을 누리는데 우리만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일자리 난을 겪고 있다. 제조업 가동률이 급락하고 소비와 투자가 동반 위축되고 있다. 본지 설문조사에선 '1년 전보다 먹고살기 더 힘들어졌다'는 답변이 49%로, '나아졌다'(12%)의 네 배에 달했다. 세계 경제는 상승세를 이어가는데 한국 경제엔 경기 둔화를 알리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일자리도, 성장도 우리만 '왕따'다.

그런데 이렇게 된 원인이 '유능'과 '무능'의 차이 때문일까. 청와대는 최저임금을 지나치게 인상하는 바람에 저소득층 일자리를 사라지게 했다. 노동 약자를 위한다면서 오히려 소득 분배를 악화시켰다. 노동개혁 후퇴는 산업 경쟁력 약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러고서 모든 문제에 세금 카드를 꺼내 든다.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경기도 살리겠다고 한다. 지금 우리 경제의 고전(苦戰)은 정부가 자초한 '정책 실패' 측면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은 청와대가 경제를 '이념'의 영역으로 밀어 넣었기 때문이다. 청와대 정책실장은 "촛불이 명령한 정의로운 경제를 이뤄낼 때까지 그만두지 않겠다"고 했다. 경제를 '촛불'과 '정의' 차원에서 보고 있다. 청와대가 밀어붙이는 '소득주도 성장'은 수정과 비판이 용납되지 않는 절대 도그마가 돼버렸다. 모든 통계가 일관되게 소득주도 성장의 역설을 말해주지만 청와대는 인정하지 않는다. 부작용을 감추려 참모들이 통계 왜곡까지 서슴지 않는다.

경제 부처 관료들은 대부분 유능하다. 그들이 지금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존재가 된 것은 유능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념 경제' 아래에서 방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유능해지려면 먼저 '이념'에서 빠져나와 '실용'의 영역으로 돌아가야 한다. 잘못된 정책은 수정하고 문제가 있으면 고쳐야 한다. 이 상식이 통하지 않는데 어떻게 유능해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