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량이 황혼기 삶의 질을 좌우한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는 노년기 근육량 감소를 일컫는 '근감소증'을 정식 질병으로 등재했다. 근육이 줄면 골절 등의 위험을 높이고, 심한 경우 사망을 부를 수도 있다는 연구들을 반영한 결과다. 근육을 지키는 것이 건강 유지의 비결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근육의 재료가 되는 단백질 자체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늘고 있다.

국내 발효공학 분야의 권위자인 정용진(55·사진) 계명대 식품가공학과 교수는 노년기 근육량을 지키기 위한 열쇠는 '영양분 흡수력'에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해도 이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다면 몸에 살과 근육을 붙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흡수가 잘돼야 살도 찐다"

대사에 필요한 단백질이 부족해지면 우리 몸은 근육에 저장된 단백질을 사용한다. 이는 대사 기관의 근육 감소로 이어지고, 몸속 근육량이 계속해서 줄어드는 악순환을 부른다.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도 흡수력에 문제가 있다면 건강이 악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필수 아미노산의 흡수율 저하는 근육량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정 교수는 '발효 공학'에서 단백질 흡수력을 높이는 해답을 찾기 위해 지난 10년간 연구를 거듭했다. "단백질은 젊은 사람도 분해·흡수하기 어려운 영양소입니다. 노년층은 위장 기능이 떨어져서 더 어렵죠. 30년 학자 인생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기간을 단백질 흡수력을 높이는 방법을 찾는 데 썼습니다."

정 교수의 선택은 '콩(대두)'이었다. 동물성 단백질은 몸을 산화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지만, 식물성 단백질은 이런 위험 없이 근육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단백질의 함량과 품질 면에서도 손색이 없었다.

◇노년층은 '류신' 함량 높은 단백질 섭취해야

"흡수 잘되는 콩 단백질을 개발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근육에 필요한 아미노산을 극대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염분이 많고 미생물을 통제할 수 없는 전통 발효 방식에는 한계가 있었어요. 근육 합성을 촉진하는 '류신(Leucine)'은 발효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쓴맛이나 신맛이 나면 그 함량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오랜 연구 끝에 '저분자 발효공법'을 개발한 정 교수는 콩 단백질의 흡수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결과로 특허까지 받았다. 발효콩 단백질은 체내에서 만들 수 없어 식품으로 섭취해야 하는 필수 아미노산 함량이 일반 콩보다 10.5배, 류신은 32.5배나 높다. 류신은 단백질을 이루는 총 20여종의 아미노산 중 근육 형성에 가장 도움되는 성분으로 알려졌다.

"요즘은 장수의 조건으로 근육량이 첫손에 꼽힌다고 하죠? 이를 위해 단백질은 필수입니다. 발효콩 단백질은 근력이 빠지면서 날로 몸이 말라가는 어르신들, 체질적으로 단백질 흡수가 어려워 마른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식품이죠."

◇영양소 흡수 돕는 효소도 중요

근육량 저하를 호소하는 사람 중에는 체내 영양소 흡수를 돕는 효소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은 발효콩 단백질에 효소를 함께 섭취하면 단백질 합성률과 흡수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정 교수는 필수 아미노산과 효소가 탄탄한 근육을 만드는 데 강한 시너지를 낸다고 설명한다. 영양 분해·흡수 기능을 강화시켜, 아미노산의 흡수뿐 아니라 다른 영양분이 몸속에서 에너지를 내도록 도움을 주는 '몸속 영양 선순환'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흡수 잘되는 발효콩 단백질은 30년 발효공학자의 명예를 건 필생의 과업입니다. 몸이 약한 사람에게는 기력 돋우는 데 도움을 주고, 건강한 사람에게는 활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