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먹고사는 기자들은 우리말 쓰임새에 얼마나 훤할까.

러시아월드컵에서 이런 소식을 보낼지 모른다. '한국 축구가 스웨덴에게 2대0으로 완승, 16강행 첫걸음을 가뿐하게 내딛었다.' 영 틀린 일은 아니었으면 싶은데 '에게'가 틀렸다. 사람이나 동물을 가리키는 말에만 쓸 수 있기 때문이다(→'스웨덴에'). 흔히 보는 토씨 오용(誤用)이다. 거꾸로 '잘 싸워준 선수들에 감사'는 '에게'가 맞는다.

'내딛었다'도 잘못됐다. '내디디다'의 준말 '내딛다'는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는 어울릴 수 없다. 해서 다시 본말과 결합해 '내디뎠다'로 써야 한다. '가지다'를 '갖고' '갖지'로는 쓰지만 '갖어'가 아닌 '가져'로 표기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문법에 어긋난 어미 활용도 더러 눈에 띈다. '그 독서실 조용하나?'처럼 형용사에 동사 의문형어미 '나'를 붙이는 일이 그렇다. '조용한가'로 써야 옳다. 부정 의문문 '조용하지 않느냐'의 '느냐' 역시 동사에 붙는 어미. 여기서 '않다'는 형용사이므로 '않으냐'가 올바르다. '싫느냐'가 아니라 '싫으냐' 하듯이.

'솜은 가벼울 뿐더러 부드럽다'는 괜찮을까. 어미 일부(뿐)를 의존명사로 잘못 알았다. 'ㄹ뿐더러'가 한 어미라서 '가벼울뿐더러' 하고 붙여야 한다. 뜻이 비슷한 표현으로 '가벼울 뿐 아니라'와 구조가 비슷해 심심찮게 착각한다. '솜이 가벼운걸'의 'ㄴ걸'은 '~구나(가볍구나)'와 어감이 닮은 어미로, 띄우지 않는다. 가볍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말이면 '가벼운 걸 몰랐네' 하고 띄어야 한다.

'홈런은커녕 삼진만 세 번'은 '은커녕'이 조사여서 붙여 쓴다. '커녕'만 써도 역시 붙여 쓴다.

뜻하지 않게 벌어진(우연한) 것을 정반대인 '우연찮게'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다. 누구의 의견을 구하는 '~에게 자문(諮問)하다'를 '자문을 받다'라 하면 누군가가 의견을 물었다는 정반대 뜻이 된다.

주로 물체의 둘레를 말하는 '굵다,가늘다'와 높이를 가리키는 '두껍다, 얇다'도 잘 혼동한다(허리가 얇다→가늘다, 책이 굵다→두껍다).

'약 1000여 명이 모인 집회'는 무엇이 문제인가. '약(約)'은 얼추 그 수치에 가깝다는 뜻이고 '여(餘)'는 그만큼을 넘는다는 뜻이어서 '약'과 '여'를 함께 쓰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약 1000명, 1000여 명).

연월일을 숫자로만 표시할 때는 '2018.6.15.'처럼 날짜 뒤에도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2018.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