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격동기였던 1968년 여러분을 처음 만났습니다. 50년이 지나서도 이렇게 얼굴을 마주할 수 있으니 대단히 기쁩니다."

84세 스승인 구범모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의 말에 백발성성한 70대 제자들이 박수를 쳤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68학번 동문들이 자신들의 대학 입학 50주년을 기념하면서 은사들을 초청해 감사를 전하는 행사가 8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열렸다. 1968년 입학생 20명 가운데 강지원(69) 푸르메재단 이사장, 변용식(69) 전 조선일보 발행인 등 11명이 참석했다. 당시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였던 은사 구범모 명예교수와 이홍구(84) 전 국무총리, 배성동(82) 전 국회의원이 초청됐다.

8일 서울대 정치학과 68학번 입학 50주년 기념 모임에 참석한 스승과 제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스승인 배성동 전 국회의원, 구범모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이홍구 전 국무총리. 뒷줄 왼쪽부터 강지원 푸르메재단 이사장, 유초하 충북대 명예교수, 안양로 전 기자협회보 기자, 김경두 전 전경련 부장, 백운선 호남대 명예교수, 변용식 전 조선일보 발행인, 심지연 경남대 명예교수, 이성구 홍익대 명예교수, 노동일 전 경북대 총장, 남찬순 전 동아일보 심의실장, 김형국 중앙대 명예교수.

해마다 두세 차례 모이곤 했다는 동문들이 옛 스승들을 초대하기로 한 건 스승의 날을 앞둔 지난달 초였다. 심지연(70)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동문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지금껏 사은회(謝恩會) 한 번 제대로 열어본 적 없다는 걸 깨닫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며 "더 늦기 전에 은사님들을 모시고 감사를 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념 촬영을 마친 이들은 대학 생활에 얽힌 추억을 나눴다. "3선 개헌, 민주화운동 같은 정치적 상황 탓에 휴교가 잦아 강의실에 나간 기억이 많지 않다"거나 "학생운동으로 제적당할 뻔한 우리를 구해내느라 교수님들이 애쓰셨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20여 년 만에 이홍구 전 총리를 만났다는 노동일(70) 전 경북대 총장은 "평소 안부를 자주 여쭙지 못해 죄송스러울 뿐"이라고 했다. 강지원 이사장은 "스승님 앞에 서니 마치 스무 살 때로 다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10년 뒤에 또 한 번 모임을 열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