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법원장 35명이 7일 회의를 열어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과 사법행정권 남용 문제를 검찰에 고발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발표했다. 법원장들은 "30년 이상 재판을 해왔는데 어떻게 실행되지도 않은 아이디어 차원의 문건이 범죄 구성 요건이 된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고발하자는 판사들은) 조사단 보고서를 제대로 봤는지 의문" "김명수 대법원장은 정말 이 사건이 죄가 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고 한 법원장도 있었다. 한마디로 '재판 거래' 의혹은 합리적 근거가 없는 괴담 수준이라는 것이다. 애초 김 대법원장이 만든 조사단 결론도 같았다.

법원장들은 대부분 재판 경력 30년이 넘는 이 나라 최고 수준의 법률 전문가들이다. 춘천지법원장에서 곧바로 대법원장이 된 김 대법원장이나 대법관들보다 선배도 적지 않다. 법률 지식과 경륜을 갖춘 법관들이 한목소리로 '그게 어떻게 죄가 되느냐'고 했다면 바로 그 말이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이다. 앞서 서울고법 부장판사들도 만장일치로 법원장들과 똑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들 역시 25년 이상 여러 분야 사건들을 두루 재판해왔고 일부는 법원장을 거친 뒤 재판부로 복귀해 고법 재판을 담당하고 있다.

재판 거래 의혹은 대법원과 행정처가 상고법원 설립에 부정적인 박근혜 정권을 설득하기 위해 특정 판결에 개입하고, 카드로 활용하려 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거래' 대상으로 지목된 판결 20건 중 19건은 행정처가 '사법부의 협력 사례' 문건을 만들기 이전에 판결이 내려졌고, 상당수는 대법원이 상고법원 추진 방침을 꺼내기도 전에 확정판결이 나왔다. 이미 종결된 재판에 어떻게 '개입'을 하고 '거래'를 하나. 판결 내용도 대법원 판례를 따랐거나 하급심 판사들 뜻대로 관철된 것이 적지 않다고 한다. '개입'하지 않았으니 바뀔 것도 없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일부 판사들이 있지도 않은 '판사 블랙리스트'를 찾겠다며 거듭 조사를 밀어붙이다 뜻대로 안 되자 타깃을 바꿔 재판 거래 의혹을 제기했고, 대법원장은 그 흐름에 편승하는 태도로 의혹을 확산시켰다. 이것은 법원에서 일어날 일이라기보다는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특정인 욕보이기와 같다.

그 사이 재판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하고 판사 사회는 완전히 둘로 쪼개졌다. 지난 5일에 이어 8일에도 재판 당사자들이 대법원으로 몰려가 시위를 벌였고 검찰에 판사들을 고발했다. 어떤 판사는 소셜미디어에 '후배들의 노력에 비수를 꽂는 선배 고위 법관들'이라고 썼다. 고발에 반대한 법원장·고법부장들을 겨냥한 것이다. 다른 판사는 "국민이 비합리적 의심을 하고 있었던 거군"이라고 비아냥댔다. 쓰는 말이나 행동이 정치인 뺨친다. 이들에게 '사실'은 거추장스러운 장신구에 불과하다.

법원장들이 회의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조속히 재판 거래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국민에게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한다. 재판 거래 의혹은 조사단 조사 결과는 물론 객관적 사실들과도 배치되는 거짓 선동일 뿐이다. 그 거짓에 의해 이대로 사법이 무너져내리는 걸 방치하면 나라 역시 온전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