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일 탈북 작가

남북 정상회담이 현 정권 들어서 1년도 안 된 시점인 지난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렸다. 이 회담을 정부는 '2018 남북 정상회담' 이라고 공식 명명했다. 보통 1년에 한 번 혹은 수년에 한 번씩 열리는 대규모 국제행사 이름이 주로 이렇게 불리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가령 남북한 정상이 4월 27일 이후 올해 안에 다시 만나거나 혹은 여러 번 만나면 그때는 그 만남의 이름을 뭐라고 붙일까?

그런데 그런 걱정이 너무 일찍 현실이 됐다. 지난 5월 26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정부는 다음 날 그 사실을 공식 발표하면서 '제2차 남북 정상회담' 이라고 했다. 이것은 정부가 국민을 안하무인 격으로 대하는 태도가 아닌가 싶다.

세상이 다 알지만 2000년 6월 항공기를 이용해 평양을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1차 남북 정상회담을 하였다. 2007년 10월에는 육로로 찾은 평양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2차 남북 정상회담을 가졌다.

결국 2007년에 노 대통령이 평양에서 했던 정상회담과 문 대통령이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을 두 번째로 만나서 한 회담도 모두 '2차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지금과 같은 진보 정권의 대통령들이었다. 같은 진보 정권에서 왜 이렇게 국민이 혼란스러워하는 남북 정상회담 횟수와 이름을 억지로 만들어 사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정부는 잘못된 사항을 바로잡아야 한다. 2000년 6월과 2007년 10월 평양에서의 남북 정상회담을 각각 '1차'와 '2차' 남북 정상회담으로 하고 올 4월과 5월에 판문점 남측과 북측 지역에서 있은 회담을 각각 '3차', '4차' 남북 정상회담이라고 하면 된다. 북한은 지난 26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남북 정상의 만남을 '제4차 북남 수뇌 상봉'(4차 남북 정상회담)으로 부른다. 2000년 6월 1차 남북 정상회담부터 횟수를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도 좋지만, 국민이 편하고 쉽게 알 수 있도록 배려했으면 한다. 통일은 작은 것부터 준비하는 게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