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국내에 마지막으로 세워진 자동차 공장인 한국GM 군산 공장이 오늘 문을 닫는다. 근로자 1800명에 협력업체 직원이 1만명에 달하는 공장이었다. 인구 27만명인 군산은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공장 폐쇄는 예정돼 있던 일이다. 최근 3년간 가동률이 평균 20%에 불과했다. 이런데도 노조원들은 매년 1000만원 이상의 성과급을 받았고, 공장이 멈춰 서도 월급의 80%를 받았다. 신(新)모델 도입 지연, 브랜드 경쟁력 약화, 마케팅 실패, 판매망 붕괴 등이 이어졌다.

군산 공장 폐쇄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축소판이었다. 국내 자동차 5사의 평균 연봉은 9213만원(2016년 기준)으로 일본 도요타와 독일 폴크스바겐보다 높다. 반면 자동차 1대를 생산할 때 걸리는 시간은 도요타, 포드보다 길다. 현대차 국내 공장 생산성은 7개 해외 공장 모두에 뒤진다. 울산 공장의 평균 연봉은 9400만원으로 중국 충칭 공장의 9배쯤 되는데, 생산성은 63%에 불과하다. 노조 파업에 휘둘려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고착됐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자동차 기업들은 쉽게 한국을 추월하고 있다. 한국 부품 업체들보다 더 경쟁력 있는 세계적 업체들로부터 부품을 받아 만든 차를 더 싼값에 내놓는다. 중국인들은 한국 자동차를 주요 경쟁 상대로 보지 않는다.

설상가상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에 수입되는 차량에 관세 25%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트럼프의 통상 협박은 대부분 현실이 됐다. 자동차도 그렇게 되면 국내 생산을 줄이고 미국 내 생산을 늘릴 수밖에 없다. 국내 생산 미국 수출 차량이 85만대에 달한다. 철강 분쟁 때처럼 수출 물량을 70%로 줄이는 쿼터 도입으로 결론이 나면 26만대의 국내 생산 물량을 줄여야 한다. 군산 공장(생산 능력 26만대)을 하나 더 닫는 충격이 닥쳐온다. 175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곧바로 우리 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공장 라인 하나 증설하려 해도 노조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경직된 노사 관계가 자동차 산업을 더욱 빈사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정부는 노동 개혁을 후퇴시키고 철밥통 노조, 귀족 노조 편만 든다. 지난 정부에서 어렵게 만든 최소한의 고용 유연성 조치마저 백지화했다. 노조는 투쟁 노선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래서 지난 21년간 국내에 자동차 공장은 단 한 곳도 세워지지 않았다. 군산 공장이 국내에서 문을 닫는 마지막 공장이라는 보장이 없다. 어쩌면 진짜 자동차 위기의 예고편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