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이 24일 시작되면서 야권(野圈)에서 후보 단일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선거를 20일 앞둔 가운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우세가 확연한 것으로 나타나자 판세를 뒤집기 위한 단일화 추진 흐름이 빨라졌다. 이미 일부 선거구의 야당 후보 간에 단일화 물밑 협상이 시작됐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사실상 "후보 차원의 단일화를 막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당 차원의 단일화는 추진하지 않겠지만 후보 개인별 단일화는 허용할 것"이라며 "충북지사 후보 등 일부 후보에 대해선 이미 단일화 추진을 허락했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박주선 대표도 "당 차원 단일화는 절대 없을 것"이라면서도 "후보 개인 차원에서 경쟁력이 안 돼 그만두는 것은 개인의 문제"라고 했다.

두 당 지도부가 사실상 '후보 차원의 단일화' 허용 방침을 내비치면서 야권의 단일화 논의에 탄력이 붙는 분위기다. 현재 야권 후보 간 단일화 논의가 진행 중이거나 거론되는 광역단체장·국회의원 선거구는 서울시장·대전시장·충북지사 선거와 충북 제천·단양 국회의원 재선거 등 최소 4곳이다.

서울시장에 출마한 한국당 김문수 후보는 이날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에 대해 "민주당 박원순 시장으로는 안 되겠다는 점에서 저와 뜻이 같다. 정치적 신념까지 같다는 확신이 서면 같이할 수 있다"며 거듭 단일화 추진 의사를 내비쳤다. 안 후보도 "제가 야권 대표 선수고, 박원순 시장을 이길 수 있는 후보"라며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놨다.

한국당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와 바른미래당 남충희 후보 측은 이날 본격적으로 단일화 문제를 논의했다. 양당 관계자는 "여당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따라잡을 유일한 방법이 단일화라는 데 양측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그 밖에 충북지사 선거에 출마한 한국당 박경국, 바른미래당 신용한 후보 등 다른 지역 후보 간에도 단일화 논의가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에선 선거 벽보 제작, 유세차 계약 등을 감안할 때 투표용지 인쇄 전날인 오는 27일을 1차 단일화 시한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야권 관계자는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여권에 기울어진 여론 지형이 북한과의 대화 국면으로 더 기울어진 상황에서 할 수만 있다면 선거 직전에라도 단일화를 성사시켜야 한다"고 했다. 야권이 분열된 상황에서 선거를 맞게 되면 야권 지지층이 투표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야권이 단일화 성사 등 이렇다 할 변수를 만들지 못하면 여권이 우세한 여론 흐름이 선거 당일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중앙선관위가 지난 16~17일 실시한 '유권자 의식 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한 적극 투표층은 70.9%로 지난 지방선거 때(55.8%)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현 여권에 우호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30대 적극 투표층이 45.2%에서 75.7%로 30.5%포인트, 40대는 54.3%에서 71.0%로 16.7%포인트 늘었다. 반면 60대 이상은 74.7%에서 77.7%로 3%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런 가운데 야당은 6·13 지방선거 캠페인의 핵심 이슈로 '경제' 띄우기에 주력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는 이날 방송된 정강·정책 연설을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인사말로 시작했다. 이는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내세워 인기를 끈 슬로건이다. 한국당도 '경제를 통째로 포기하시겠습니까?'를 지방선거 슬로건으로 정하고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공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